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萩原間九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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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ike Witches 1947 - Cold Winter - After Story B
추운 밤이었다.
사카모토가 흐트러진 유카타를 고칠 생각도 없이누워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늠름한 옆모습은, 등불의 은은한 빛이 비춰저서인지 은은히 붉게 물들어있었다.
사카모토는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목이 바짝바짝 말라 있다. 그 뒤 몇번의 호흡 후, 간신히 짜낸 목소리는 가늘고, 작게 떨리고 있었다.
"너, 너는…, 경험이, 있었나"
뻣뻣하게 몸이 굳어버리고, 대담한 질문이었다. 사카모토가 어떤 경험인지 말하진 않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경험이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의미는 그렇게 많지 않다. 반라의 남녀가, 한 이불을 뒤집고 쓰고 있다는, 이런 상황에서는.
질문을 받는 히지카타가 짧게, 부정의 뜻을 담은 말을 했다. 히지카타도 아직 말을 못하고 있다. 말을 고를 여유가 없다. 긴장과 흥분이 두 사람의 가슴을 채웠다.
"그런가"
사카모토의 몸에서 조금이나마 힘이 빠졌다.
"그러면, 맡기겠어. 이런 쪽에 있어서는 네가 선임인 듯 하니까…"
어색하게 말하고 사카모토는 눈을 감았다.
히지카타는 경례 대신 오른손을 사카모토의 얼굴로 가져갔다. 그리고 다정하게, 얼굴에 걸린 검은 머리를 쓸어내리며 빰을 쓰다듬었다. 손이 닿은 순간, 움찔하며 몸을 떤 사카모토도, 히지카타의 손의 상냥함에 다시금 힘을 풀었다.
뺨에 손을 올려놓은 채로, 히지카타가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사카모토의 얼굴이 홍조를 띄었다. 히지카타는 사카모토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그리고 금방 얼굴을 떼었다. 닿기만 할 뿐인 접촉이었다. 너무나도 얕고, 감촉마저 남지 않는, 한 순간의 접촉.
(지금 것이…)
멍해지는 머릿 속에서 사카모토는 입술의 감촉을 떠올린다. 무리였다.
만족하지 않는다. 처음이니까 조금은 더, 여운을 느끼게 해줘도 좋을텐데.
사카모토는 속으로 불평을 했지만, 불만이 나온다는 건 아직 여유가 있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그것도, 사카모토의 얇은 허리에 둘러진 허리띠에 히지카타의 손이 닿기 전까지의 일이었다.
배 위에서 움직이는, 손의 감촉. 천 너머로 느껴지는 그 감촉에 사카모토의 머리는 정신을 잃기 직전까지 뛰어올랐다. 허리띠가 풀리고 유카타가 벗겨진다. 사카모토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수치심에 볼품없는 소리가 나올 것만 같았다. 히지카타의 손이 유카타의 소매를 풀어헤친다. 다리와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온 몸이 떨린다. 무서움같은건, 없을 터인다.
드디어, 뜨겁게 달아오른 피부가 차가운 공기와 닿고, 히지카타 앞에, 자신의 알몸이 드러난 것을 알았다.
긴장감에 떨리는 사카모토의 알몸 앞에, 히지카타가 숨을 들이삼켰다.
날씬한 어깨. 하얗고 풍만한 유방. 아름답게 이어지는 허리. 음부에 난 털은 많지 않아, 기품이 있을 정도다. 아름답다. 화려하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한다. 어떤 표현을 쓰더라도 공허하고, 천박한 울림밖에 되지 못하겠지.
옷이 스치는 소리마저도 들리지 않는 세계에서 두 사람이 말 없이, 몸을 움직이지도 않고 마주보고 있다.
이대로 아침이 되버리는 건 아닐까. 사카모토가 복잡한 심경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히지카타의 손이, 천천히, 사카모토의 가슴으로 향했다. 커다란 손이 오른쪽 언덕을 살포시 잡더니, 감촉을 확인하려는 듯, 상냥하게 움직인다.
"으응…"
굳게 다문 사카모토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온다.
사카모토의 양 손은 허리 옆에서 시트를 꽉 쥐고 있다. 사카모토의 의식은 애무받는 가슴보다도, 자기와 히지카타의 허리 아래를 향해 있다. 신경쓰지 않으려고 하면 할 수록 의식이 쏠려버린다.
사카모토가 실눈을 뜨고 보니, 히지카타의 허리 아래에는, 그로테스크한 물체가 있고, 그 끝이 하복부에 닿고 있었다. 커다랗고, 단단해보이며, 가끔 움찔움찔하며 위아래로 흔들린다.
(저게, 내 안에…?)
그 순간을 상상한 사카모토의 등줄기에 달콤한 전율이 흘렀다.
그 와중에도 히지카타의 애무는 계속되고 있다. 가슴을 만지고 있는 손바닥은 모양을 바꾸고, 손가락 끝으로 유두를 만지고 있다. 검지가 가슴 끝부분을 상냥하게 튕길 때마다, 굳게 닫힌 입술사이로 신음소리가 새어나온다.
"읏, …으응"
사카모토는, 허벅지를 굳게 닫은 양 다리를 뻗쳐서 수치심과 쾌락에 견디고 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반사적으로 히지카타를 걷어차버릴 것 같다. 받아주겠다고 하고, 여기서 반항해버릴 것만 같은, 겁 많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아니면, 그렇게 해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히지카타는 사카모토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사카모토도 그걸 받아들였다. 사카모토를 안고 싶다고 히지카타가 말했을 때, 너무나도 돌연한 말에 당황하여 얼떨결에 승낙해버렸다. 이 때까지 남자와의 동침따위 생각해본 적 없는 사카모토였지만, 히지카타와의 동침은 놀라울 정도로 쉽게 승낙해버렸다. 기뻤으니까? 이전부터 그렇게 되길 바랬으니까? 아니, 그럴리가 없다. 그런 행위에 엮인다고 생각했을 때, 히지카타 외의 남자와 있는 것을 전혀 상상할 수 없다. 상대가 히지카타인 것이, 사카모토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망설임이 생긴다. 이것이 사랑일까, 그런 확신이 없다. 사랑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사랑이라고 해도, 금방 식어버리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사랑이란 분명 애매한 정의 위에 성립된 것으로, 모래성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만약 모래성이 무너져버렸을 때, 사카모토는 어떻게 될까. 히지카타는, 어떻게 될까. 불행밖에 기다리지 않는다. 두사람은 혹시 불행해지기 위해 약속을 주고받은 것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사카모토는 옴짝달싹하지 않는다.
망설였다. 망설이고 망설여, 마지막까지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히지카타의 손 끝이, 은밀한 부위에 닿는다. 몸이 떨린다. 사고가 멈춘다. 이젠, 더이상 되돌아갈 수 없다.
"읏, 큭, 아앗…"
사카모토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신음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우는 것에 가까운 소리. 눈을 감고, 그 끝에서 눈물을 흘리며, 괴로운 듯 호흡을 반복한다. 손은, 시트를 있는 힘껏 쥐고 있다.
아프다, 아프다. 사카모토의 머릿 속에는, 이것만이 가득차있다. 처음인 것이다, 남자를 받아들이는 건. 이어진 곳에서는 한없이, 처녀막이 찢어진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
히지카타는 사카모토의 처녀를 받고선, 그대로 허리를 빼려고 했다. 걱정해주는 거겠지.
하지만, 사카모토는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여자의 의지다. 정을 받을 때까지, 빼는 걸 용납하지 않겠어. 이런 말을 했다.
여자의 의지? 아니다. 사카모토는, 더이상 그런 말을 할 정도로 강하지 않다. 그러니, 완전히 거짓말이다. 실속없는 허세다.
불안했다. 그리고, 불안에 떠는 것을 견딜 수 없다. 지금은, 좋다. 히지카타는 사카모토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안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다음은? 사람은 언제까지나 같은 마음으로 있을 수 있을까? 히지카타가 떠나갈 때, 그걸 말릴 수 있는 무언가가 나에게 있는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이래서는 안된다. 무너져버린다. 모래성이, 바닥부터, 형체도 없이….
사카모토는 무의식적으로 기댈 곳을 찾고 있던 것이다. 그것이, 정을 받아내는 것. 아이를 갖는 것.
히지카타의 굳게 다문 입에서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무언가가, 피가 아닌 따뜻한 무언가가, 사카모토의 안을 가득채웠다.
"아, 아아…"
주르륵, 이라는 소리를 내듯 히키카타가 허리를 뺐다. 비어버린 뱃 속에 무언가, 너무나 소중한 것이 있다. 사카모토는 눈물을 흘렸다. 눈을 감았다. 방금까지 굳게 다물고 있던 입에는 부드러운, 그리고 안심한 듯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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