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1일 수요일

[번역] 스트라이크 위치스 1947 Cold Winter - 3(끝)

・본 게시글은 萩原間九郎씨의 글을 한국어로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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萩原間九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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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코가 운요 사용자를 조사한 결과를 받았을 때 미오는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받아본 이름 전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운요를 사용할 정도이 실력이 있다면 당연히 에이스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으며, 그렇다면 당연히 미오의 귀에 이름이 들어왔을 것이다.
 준코는 정말 미안하다는 듯,
 『미안해, 하지만 그 사람들이나 내가 모르는 사용자가 혹시 있을지도 몰라』
 "그럴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다면 쫓을 수가 없는걸"
 『지금 506 기지에 있지? 육군 위치가 있지 않았나』
 "물어보았지만 모른다는 듯 하다"
 『그렇구나…』
 "저기 준코, 정말로 전부인가? 그 외에 단서가 될만한 이름은 없었어?"
 『단서라…. 한 사람 더 있기는 있지만…』
 "뭐?"
 『그런데 그 사람, 삼년 전부터 행방불명이야. 지금은 사망 처리가 되어있어』
 "행방불명…"
 그렇다면, 죽었다고 완전히 결정된 건 아니다.
 "이름을 알려줘, 조사해보고 싶어"
 지푸라기를 잡는 것 같은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미오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네. 알았어. 스와 마스즈(諏訪真寿々). 육군독립비행47중대에 소속되어있던 위치야』
 "스와…? 게다가, 그 독립비행47중대라면 분명…"
 『그래. 신기체의 실전테스트를 담당하던 부대지. 그리고 나카지마씨와 스와씨의 원대이기도 해』
 "스와, 아마기…"
 『그래. 스와 마스즈는 스와 아마기의 친누나야』
 스와 아마기와는 몇번인가 얼굴을 마주친 적이 있어 미오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누나가 자신을 덮쳤을 거라곤,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만에 하나 이 사람이 맞다고 한다면, 아마기에겐 삼 년 전에 행방불명이 되었고, 죽은 줄 알았던 누나가 네우로이가 되버린 것이 된다. 이런 걸 말할 수 있을리가.
 하지만, 확인하지 않을 수는 없다.
 미오는 감사를 표하고 전화를 끊고 대사관에 연락하여 스와 마스즈의 사진을 받았다.
 낡은 사진이었다.
 거기에 찍혀있는 건 검은 장발과, 상냥한 눈매를 한 위치가 있었다.
 …틀림없다.
 미오는 이걸 준코에게 전해줘야 하나 망설였다.
 망설였지만, 전해줬다.
 준코는 잠시동안 말이 없었다.
 『…미오』
 "응"
 『아마기씨를 그 쪽으로 보낼께』
 "…그래. 그것도 좋겠지"
 아마기는, 분명 힘든 마음이겠지. 하지만 넘어서야만 한다고 준코가 생각한게 틀림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미오가 할 말은 없다.
 아마기를 향한 이해와 걱정도, 준코가 미오보다도 훨씬 크다. 그 준코가 결정했다고 한다면, 그게 최선임에 틀림없다.
 "그러면 페리느에게 말해서 마중을 보내도록 하지. 세단에서 기다리라고 전해줘"


*
 "그런데 해방불명인 사람이 어떻게?"
 미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당연한 질문이다.
 "그것만은 본인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지. 하지만…, 한가지, 신경쓰이는 게 있어"
 그건, 그녀와 대결했을 때의 일이다.
 미스즈는 세번에 걸쳐서 미오에게 손을 떼라고 요청했다. 그 이유가, 방해가 되서가 아닌, 손을 떼는 것이 가장 피를 적게 흘리고 끝난다는 거였다.
 "말로니의 부관 측에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하지만, 행동 동기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닐지도 몰라"
 게다가, 마지막까지 미오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본다.
 네우로이로 변한 이후에도 공격을 봐주고 있던 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는건 과거 네우로이와 싸웠던 경험 상 미오가 피할 수 없을 정도의 탄을 발사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페리느가 나타나자 바로 포기하고 돌아갔다.
 그 때의 페리느는 레이피어도 권총도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스트라이커 유닛도 없었다. 현역 위치인 이상 미오보다 위협적인 상대인건 맞지만, 상대가 유리한게 명백하다.
 거기에, 나중에 물어보니 페리느의 말은 블러프(위협)일 뿐이었으며, 실제로는 페리즈도 통할거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놀라운 일이다.
 "미오는 설득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
 "나로서는 무리겠지. 하지만 들은 바에 따르면 굉장히 사이가 좋은 여동생이 있다는 듯 해. 504 위치 중에서 스와 아마기라고 하지. 미나도 만나본 적이 있지?"
 "아아 그 안경 쓴…. 그래 그 아이가…. 그래도 아마기씨에게 설득을 부탁하는건 조금 너무하지 않을까"
 실패한다면 자매 간에 서로 죽일 수 밖에 없다.
 이걸 생각 못한 미오는 아니지만,
 "스와 아마지를 잘 아는 녀석이 추천했어. 최악의 결말로 이어지지 않을거라 믿고 있어"
 "그래…. 걱정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당신이 믿는다면"
 미나가 끄덕였다.
 "하지만 우선은 다시 만나야겠네.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지금에선 스와씨가 설득하는 것도 할 수 없어"
 "그거 말이지"
 그것에 관해, 미오가 생각해 둔 것이 있다.
 "미나도 506에 와줬으면 해"
 "…네?"


*
 스와 아마기가 도착하기로 한 그 날, 갈리아의 신문에 사건이 보도되었다.
 그에 따르면,
 "계속되는 위치 관련 시설 습격사건에 대해 갈리아 정부는 제506통합전투항공단과 협력하여 해결을 위한 방침을 세우겠다 하였다"
 라는 것으로, 페리느가 정부에 요청한 그 대로의 모습이 되었다.
 "강경한 수단을 사용해버렸지만요"
 라고 페리느가 쓴 웃음을 지었지만, 강경한 수단으로 정부에 결정을 관철시켰다는게 무섭다.
 최초 방침을 제안했던 녀석들이라던가, 우리에게 훼방을 놓았던 녀석들은 지금쯤 이를 갈고 있겠지.
 "하지만, 포기하진 않았겠지"
 "그렇게 생각해요. 따르는 것처럼 보이다가 아마도 군을 움직여 확보하려는 것 같네요"
 "뒤를 조심하란건가"
 페리느가 끄덕였다.
 "단, 그들의 수단이 잘 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호오?"
 "워록을 붙잡기 위해선 위치의 힘이 필요해요. 하지만 그들은 위치라는 존재를 혐오하고 있으니까요. 거기에"
 페리느가 홍차를 입에 댔다.
 "게다가 위치라면 그 워록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 것이에요. 생포한다니 바보같은 생각이죠, 아무도 찬성하지 않을 거에요"
 "하지만 명령은 명령이지 않나?"
 내가 생각해도 고약한 질문이라고 생각하지만, 페리느는 웃으며,
 "명령이 언제나 옳은 것이 아니란건 누구라도 알고 있지요. 비록 미야후지씨처럼 되지는 않더라도, 차후 변명이 가능할 정도로 해둔다면 분명"
 "그렇구만…"
 요시카는 명령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옳은 것을 옳다고 믿으며 행동할 수 있었다. 그 누구도 그처럼 살아갈 순 없겠지. 하지만 미야후지의 모습을 본 사람이면 모두가 그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다.
 "뭐, 미야후지씨는 너무 극단적이셨지만요. 지켜주었으면 하는 명령도 있었죠"
 "식사에 낫토를 내지 말 것?"
 아주 격렬히 페리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핫핫핫 그렇지. 하지만 후소인은 한동안 그걸 안 먹으면 너무나도 그걸 그리워하게 되는 사람들이라서 말이야"
 "유럽 사람에게는 고문이라구요…?"
 "페리느도 싫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구만"
 "에, 아, 죄송…"
 "어깨를 나란히 하는 듯 해서 기쁘다"
 "에…"
 "전우니까 말이야. 역시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게 기뻐"
 "…읏, 하, 하지만! 이 기지에서 낫토는 안나오니까요!"
 "즐거워 보이는걸. 동창회인가봐"
 낫토를 인정해달라 안된다 입싸움을 하고 있을 즘에 미나가 들어왔다.
 "동창회라. 그것도 좋은걸. 언젠가 하지"
 미나가 웃으며 대답했다.
 "스와씨를 모시고 왔어"
 미나의 뒤에는 안경을 쓴 소녀가 서있다.
 "오오, 도착했나. 빠르군"
 아마기는 경례를 하곤,
 "제504통합전투항공단 소속 스와 아마기 중위입니다"
 미오를 비롯해 모두 각각 대답했다.
 "대략적인 이야기는 다케이 소령에게 들었습니다. …그, 이번 일에, 언니가"
 라고, 괴로운 듯이 이어가는 아마기의 말을 미오가 끊고,
 "스와 중위"
 "앗, 네!"
 "스와 마스즈를 구할 수 있고 없고는 자네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해. 힘내줘"
 "…읏. …네!"
 준코에게 사정을 털어놓은 이후, 줄곳 고민하고 있었겠지.
 아마기는 눈물을 흘리며 경례를 했다.
 "이걸로 전부 모였군"
 남은 건, 도발을 계속해서 고기가 미끼에 낚이길 기다릴 뿐이다.

 "꽤나 기다리게 했군"
 어둠 속에서 남성의 모습이 드러난다.
 웃는 얼굴이라기엔 너무나도 이상한, 마치 울음이 나올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이왕이면 만전을 기하고 싶으니까 말이야…. 그렇지, 워록"
 히히하고 웃으며 얼굴을 일그러트리는 남성은, 내 앞에 있는 기계인형에게 말을 걸었다.
 "바보같은 마녀들의 시대도 끝이 다가온다…. 이제부턴 너의 시대야"
 "…"
 그 뒤에서 마스즈는 조용히 서있었다.
 …여기서 이 남자를 죽이면 어느정도나 편해질까.
 자는 이미 한번 죽은 몸이라 어떤 방식으로든 구원받을 수 없다. 이 몸 하나만 있으면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는데.
 "스와 마스즈"
 남성이 돌아보았다.
 "다시는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라고…"
 "…알고 있어"
 그 날, 사카모토와 상대한 마스즈가 은신처로 돌아온 뒤 이 남자의 히스테릭한 짜증을 받았다.
 마스즈라는 존재의 중요성 때문에 남성은 폭력을 휘두르지도 못했고, 마스즈에게 있어 이 미쳐버린 남자에겐 연민마저 느껴질 정도였지만,
 "네 놈을 폐기하면 대신 할 것도 준비해놨다. 피가 이어진 여동생이라면 너처럼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지도 모르지!"
 그 말에 마스즈는 동요했다.
 …여동생에겐, 손을 못 대게 하겠다.
 ㄴ지금의 나는 인간도 네우로이도 아닌, 어중간한 존재다.
 심장에 네우로이의 코어를 이식해 네우로이로 변신할 수 있는 수술을 받았다.
 저 남자의 동료가 말했다.
 이 여자는, 커다란 한걸음이라고.
 여동생이 이런 끔찍한 모습이 되는 걸 마스즈는 견딜 수 없다.
 그렇기에 참는거나. 완전히 미쳐버린 브리타니아인의 히스테릭한 소리를 참는 것도, 평온한 삶을 살던 사람을 습격하는 것도.
 속죄는 반드시 할 것이다.
 그 때는 나도, 이 남자도, 그리고 그 배후에 있는 녀석들 모두 한 사람도 남겨선 안된다.
 …버텨야 해. 버틸 수 있어.
 마스즈는 계속 되뇌였다.
 "자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가자 워어어어어ㅇ로오오옥!! 이제 전쟁은 뒤바뀐다! 남자와 기계의 전쟁으로! 말로니 각하의 이상을 오늘이야말로오!"
 코어의 파편을 손에 쥐고 유리 원통을 향해 명령했다.
 마스즈의 가슴의 코어가 공명하듯 빛이 나고, 워록이 기동했다.
 …기대하고 있는 걸까, 멈추어달라고.
 떠오르는 건 그 날 만난 미오의 얼굴.
 "아니, 멈춰봤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마스즈가 중얼거렸다.
 "하하하하! 하하핫!"
 고양된 저 남자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은 듯 하다.
 그거면 됐어.
 워록이 날아오른 뒤엔 미친 듯이 웃는 남성과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마스즈만이 남겨졌다.


*
 밤하늘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진다.
 화염과 그것에 비춰진 검은 연기가 세단 기지로부터 올라온다.
 "꽤나 기다리게 하셨군요!"
 페리느가 부하들을 이끌고 활주로에서 날아올랐다.
 예비용 검을 검집에 넣은채 등에 지고, 아마기도 따라가려 했지만,
 "기다려"
 하고 미오가 멈추어 세웠다.
 "어째서인가요!? 저도 가야만 하는데…!"
 "진정해. 스와 마스즈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간 온다. 너는 기다려"
 "그래도…"
 "저 친구들도 선택받은 에이스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알겠습니다"
 입술을 꽈악 깨물고 아마기가 고개를 숙였다.
 …상냥하면서도, 강한 소녀다.
 지금 이렇게 언니와 검을 맞댈 지도 모르는 때를 기다리면서도 다른 사람의 걱정까지 해준다.
 정말로 괴로운 시간이겠지.
 빨리 구해줘야한다고 생각했다.
 "미오"
 미나가 미오의 뒤에 섰다,
 "나는 사령관실로 돌아갈게. 페리느씨에게 지휘를 부탁받았으니까"
 "그래, 부탁하지"
 "너희들은 어떻게 할거야?"
 "우리들은 활주로에서 기다리겠어. 찾기 쉽게 말이야"
 "자, 잠깐만. 저 위에선 전투가 진행중이라고!?"
 "우리들의 역할이니까. 어떻게 해서든 발견 될 필요가 있어. 보이기 쉬운 활주로라면 목적에 딱이야"
 "하지만…"
 말을 끊고 미나가 고개를 저었다.
 "알겠어. 조심해"
 "고마워"
 "히지카타 중사"
 "옛"
 "이걸"
 미나가 허리춤의 홀스터에서 관총을 꺼내 그립을 히지카타에게 넘겨주었다.
 "이건…"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그러니 무조건 사카토모 중령을 지키세요"
 "…목숨과 바꿔서라도 지키겠습니다"
 히지카타가 총을 받아들고 경례했다.
 "좋아, 오늘 밤 모든 것을 끝내겠어. 간다!"

*
 제506통합전투항공단 A부대가 지상을 공격하는 워록으로 향한다.
 "삼 년 전보다 꽤나 슬림해졌군요"
 긴장 속에서 페리느가 중얼거렸다.
 눈 앞에 있는 워록은 확실히 삼 년 전보다 가늘고 세련된 모습이다.
 …당연히 성능도 올라가 있겠죠.
 우리들의 스트라이커나 무기도 삼 년 전에 비해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보했지만 이런 어드밴티지 없이 생각한다.
 『다들 들리니?』
 인컴에서 사령실의 미나 목소리가 들려온다.
 "순조로와요"
 『꽤나 성능이 좋아진 듯 하니 조심해』
 "맞아요. 하지만 어떻게 쓰러트리죠?"
 『지금 이 네 명만으로는 여려워. B부대 도착까지 체력 소모를 피해. 그리고 편대는 페리느씨와 쿠로다씨, 비트겐슈타인 소령과 이자벨라씨로 나누겠어』
 엘겠습니다, 하고 각 대원이 응답한다.
 『무기나 스트라이커의 성질을 고려했을 때 페리느씨와 쿠로다씨가 전위, 비트겐슈타인 소령과 이자벨라씨는 후위로』
 즉, 페리느 편대가 틈을 만들고, 하인리케 편대가 저격을 하겠다는 것인가.
 …그러고보니 삼 년 전에도 워록을 떨어트린 건 저격이었죠.
 결국 그 뒤 아카기와 동화하는 바람에 대참사가 되었지만.
 이번에는 본토 상공이니까 전함이나 항모도 없고, 요새로부터도 멀리 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뷜케 대령이여"
 『무슨 일인가요 비트겐슈타인 소령』
 "B부대를 기다리지 않고 격추할 수 있다면 그러면 되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도 쓰러트릴 수 있다면. 본격적인 공격은 B부대가 도착할 때까지 대기. 안 그러면 가장 좋은 장면에서 당신 혼자 지쳐서 없을 지도 모르는데요?』
 "…알겠다. 조용히 있겠네"
 …왠지 미나 대령에게는 솔직하시네요?
 그래서 그런지 벌벌 떨고 있는 하인리케를 째려보며 페리느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뭔가 다루는 방법이라고 있는걸까. 이 싸움이 끝나면 물어보자.
 "대장!"
 쿠니카가 소리쳤다.
 "네, 봤어요! 여러분, 전투 준비!"
 워록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
 "저기이"
 활주로 한가운데서 워록과 치열하게 싸우는 506을 보고 있는 미오 옆에서 아마기가 머뭇머뭇 섰다.
 "저거, 이걸, 사카모토 중령에게…"
 그러고ㄴ 아마기가 꺼낸 것은 아까까지 등에 지고 있던, 검집에 들어있는 채인 검이었다.
 "여비용 검인가? 무슨 일 있나?"
 "아뇨, 실은 말이죠, 이거, 사카모토 중령에게 전해달라고 들어서요"
 "나에게?"
 "네. 하지만 할 수 있으면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고두요. 실은 필요할 때에 넘겨주라고 들었습니다만, 그, 저, 아까처럼 깜빡하고 날아버릴 거라 생각해서…"
 그러고보니 아깐 이걸 맨 채로 날아오르려 했다,
 그래서 영락없이 예비용 검인 줄 알았다만.
 "준코인가"
 "네. 여차할 시에는 사카모토 중령께 넘겨드리고, 사용을 맡기라고"
 사용을 맡긴다, 라는 건 꽤나 의미있는 말이다. 게다가 날 수 없는 나보단 날 수 있는 아마기가 가지고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만….
 하지만 준코가 그렇게 말했다면 거기엔 상응하는 이유가 있을 터이다. 미오는 그걸 믿고 있다.
 "그렇다면 받아두지. 하지만 정말로 필요할 때까지 이걸 열지 않겠다. 이걸로 괜찮겠지"
 아마기각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든 검은 확실히 무겁다. 준코가 그렇게 말한다는 건 안이하게 사용해선 안 될 물건이란거겠지. 그렇기에.
 "히지카타"
 "옛"
 "너가 이걸 가지고 있어라. 필요할 때가 되면 나에게 넘겨"
 "옛"
 히지카타가 검을 등에 맸다.
 …양복 차림에 검을 매니 왠지 웃긴 모습인걸.
 마음 속으로 사과했다.
 "…큿! 피해 히지카타! 스와 중위!"
 미오가 소리쳤다.
 동시에 붉은 빛이 지면을 강타했다.
 "피하지 않으셔도 맞출 생각은 없었습니다, 사카모토 소령"
 묘하게 날카로운 남성의 목소리.
 "기다리고 계셨죠? 우리들을"
 계속해서 여자의 목소리. 하지만 동시에 아마기가 달려나갔다.
 "…큭! 언니!!"
 "뭐!?"
 마스즈가 믿을 수 없는 것이라도 본 듯 눈을 크게 떴다.
 그 손을 아마기가 잡는다.
 "어, 째서…. 왜? 아마기…? 너니…?"


*
 마스즈가 동요를 감추지 못한다.
 남성은 그걸 슬쩍 보더니 마오를 향해 돌아보았다.
 "아─…. 자매상봉? 감동적이고 좋네. 그러면 사카모토 소령과 히지카타 군, 우리들도 감동적인 재회의 시간을 갖지 않으시겠습니까?"
 "거절한다"
 그럴 생각은 없다.
 "너무한걸, 정말 너무해. 난 이 삼 년 간 너희를 한 순간도 잊지 않았는걸요. 그렇지. 히지카타군. 자네는 특히"
 창 끝이 향한 예상 외의 방향에 히지카타와 미오가 마주보았다.
 "뭐가 문제였던거냐!? 내가 뭘! 나와 각하의 주종관계는 완벽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히지카타 어떠냐? 뭔가 너에게 공감을 느끼는 듯 하다만"
 "면목 없습니다 중령. 저도 잘"
 "알고 있지!? 알 거 잖아!? 나는 말로니 각하를 사모하고 있었다고! 히지카타군! 자네가 사카모토 소령을 사모하는 것처럼!!"
 "너랑 똑같이 보지 마라"
 히지카타가 단칼에 쳐냈다. 너무 퉁명스러운 대답에 미오가 놀라 히지카타를 바라보았다.
 …화난건가, 혹시.
 "아니, 다르지 않다! 너의 행적을 유심히 지켜봤다! 사카모토 소령의 명령에 충실한 뿐인 군인! 나도 그랬지! 말로니 대장에게 충실했다! 상상해봐. 말로니 대장을 잃어버린 나의 마음을! 사카모토 소령ㅣㅇ 갑자기 사라졌을 때의 너의 마음도"
 총성이 남자의 말을 끊었다.
 히지카타가 남성의 발 밑을 쏜 것이다.
 "히지카타, 너…"
 히지카타의 손에 들린 건 미나에게서 건네받은 총이 아닌 자신의 총이다.
 "너는 착각하고 있는게 세가지 있다"
 "…그게 뭘까?"
 히히, 하고 남자가 귀에 거슬리는 호흡을 내쉰다.
 히지카타는 총을 들지 않은 손의 손가락 하나를 펼치며,
 "하나. 충실할 수록 주인의 착각을 정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두번째 손가락을 세우며,
 "둘. 주인이 사라졌을 때의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세번째 손가락을 세웠다.
 "셋! 지금은, 사카모토 중령이시다!!"
 …세번째 건 필요없잖아.
 트집을 잡고 싶어지지만, 그럴 분위기가 아니라서 미오는 말을 삼켰다.
 "후후, 그래 좋아"
 남자가 웃었다.
 "나도 말이야, 너가 사카모토 소령을 잃기를 바래. 충직할 뿐인 군인이 주인을 잃었을 때 어떤 기분인지, 너도 느껴봐라!!"


*
 "아─…. 자매상봉? 감동적이고 좋네. 그러면 사카모토 소령과 히지카타 군, 우리들도 감동적인 재회의 시간을 갖지 않으시겠습니까?"
 남자가 이런 말을 하고 있던 그 옆에선 마스즈와 아마기가 마주보고 있다.
 아마기가 쥐고 있는 마스즈의 팔은, 검게 딱딱해진 네우로이의 팔이다.
 "언니, 정말로…"
 "부탁이야 아마기. 보지 말아줘"
 마스즈가 시선을 피했다.
 "정말로, 살아있었구나…"
 "어…"
 "살아있었어, 언니가…"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우는 아마기.
 마스즈의 팔은 꽉 잡혀있다.
 나에겐 사과할 자격도 없어. 그렇게 생각했다.
 "미안해 아마지. 나는 죽었어"
 "살아있잖아…. 살아있잖아…!"
 마스즈는 고개를 젓고 코트의 단추를 풀었다.
 가슴이 그대로 드러났다. 붉은 빛을 내고 있는 검고 금속같은 피부가.
 "이거…"
 마스즈의 가슴 한 가운데가 금이 간 듯 갈라져있다. 그 안에, 네우로이의 코어가 빛을 발하고 있다.
 "언니는, 원래는 죽었어야 했어"
 "에…"
 "그런데, 이런걸 심게 되었어. 덕분에 살아는 있지만 네우로이가 되어버렸어"
 마스즈의 눈가에서 눈물이 흐른다.
 "그러니까 아마기. 나는 더 이상 너의 언니가 아니야"
 "언니!? 잠깐, 잠깐만!"
 마스즈의 목부터 얼굴까지, 가슴에서부터 넓어지는 네우로이의 갑옷이 덮는다.
 "아마기, 너는 위치잖아? 네우로이를 쓰러트리렴…"
 그리고 마스즈는 아마기를 떨쳐내곤, 완전히 네우로이의 몸이 되었다.


*
 남성은 가방에서 유리로 된 원통을 꺼냈다.
 안에는 작은 코어 파편이 들어있다.
 거기에 뭐라고 중얼거리니 갑자기 남성의 뒤쪽 덤불로부터 작고 검은 물체가 날아올랐다.
 "…네우로이인가"
 "그렇지. 무려 인공이라고! 평범함한 네우로이와 구분이 안되지!!"
 "어디까지 손을 댈 생각이냐 네놈은"
 미오의 안에서 분노가 끓어오른다.
 "언니! 부탁이야! 그만둬!"
 아마기의 목소리.
 미오는 방금 전 마스즈와 아마기의 대화도 듣고 있었다.
 인간에게 네우로이의 코어를 이식하다니, 실험체 취급이 아닌가…!
 "스와 중위!"
 마스즈에게서 떨쳐진 아마기를 붙잡고, 미오 쪽을 바라보게 했다.
 "지금 당장 스트라이커를 장착해라"
 "안돼요, 저, 언니하고는…"
 "알고 있어. 너가 싸우기 위한게 아니라 설득을 위해 왔단 것 정도는. 하지만 스와 마스즈는 더이상 너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 없어"
 "하, 하지만"
 "알겠나. 저 쪽에서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 없다면, 힘으로 듣게 하면 된다. 싸워서, 언니를 되찾아라. 이젠 그것밖엔 방법이 없어"
 "…큭"
 아마기가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받아들였다.
 몇번이고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벽에 세워놨던 스트라이커를 장착한다.
 "나를 죽일 수 있을지 없을지, 해보시지 그래"
 검을 뽑고 미오가 달려나갔다.


*
 하늘에선, 이제야 마리안 칼 소령이 이끄는 B부대가 도착하여 전세에 가담했다.
 "다 모였군요"
 미나가 사령실에서 무선을 향해 말했다.
 『그렇구만. 이제 공격에 나설 수 있겠지?』
 대답한건 하인리케.
 마침 좋은 상황에서 미나가 지시를 내렸다.
 "B부대 전원 전위로. 후위에는 이자벨라씨가 그대로 저격을. 비트겐슈타인 소령은 일단 내려오세요"
 『…뭐어!?』
 하인리케의 카랑카랑한 대답이 무선기에서 들렸다.
 미나가 쓴웃음을 지으며
 "당신이 해주었으면 하는 일이 있어요"
 『허나…』
 "전위는 다들 함께 열심히 움직여 주세요. 비트겐슈타인 소령의 몫을 않도록"
 『큭…부럽구만…』
 정말로 부러운 듯이 말하길래 미나는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자, 그러면…"
 섣부른 판단은 위험한 상황이지만, 미나는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것이 있다.
 워록의 컨트롤을 담당하는 장치다.
 삼 년 전, 워록을 컨트롤하기 위해 기지에 거대한 지휘실을 세우고 거기에 대량의 기계들를 들여놓았다. 단 삼 년만에 그것이 필요없게 되었을거라 생각하긴 힘들다.
 거기에, 지금의 워록은 검은 장갑에 온 몸에서 광선을 뿜어낼 수가 있다. 이는 즉, 지금 네우로이가 되었다, 폭주상태일 것이다.
 하지만 워록의 행동은 무차별 파괴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있다. 위치 부대를 목표로 고정하고 지상의 건물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조종을 받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믿기는 힘든 상황이다. 만약 컨트롤 시스템을 찾을 수만 있다면 행동을 멈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전혀 반응이 없는데 어째서…?"
 걸리는 건 위치들이 사용하는 무선 주파수 정도 뿐이다.
 "완전히 새로운 타입의 전파라도 사용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여기의 장비로는 손 쓸 도리가 없다.
 적어도 나의 고유마법이라도 사용할 수 있다면 주변의 이상한 설비 등은 알 수 있을 텐데, 마력이 사라진 미나로서는 입술을 꽉 깨물 수 밖에 없다.
 『…뷜케 대령. 내려왔네』
 "수고하셨어요. 당신에게 묻고 싶은거 말이죠, 마도침에 이상한 반응은 없나요"
 이렇게 된 이상 나이트 위치의 마도침을 믿어야 한다.
 나이트위치의 머리 위에 생기는 빛의 왕관은, 기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밀한 센서와도 같다.
 『묘한 반응이란건?』
 "저 워록을 조종하는 전파같은 것이 있을 거에요. 하지만 기지의 자재로는 찾을 수 없어서"
 『…그래서, 이 몸을 탐지기 대신으로 사용하겠다?』
 하인리케의 목소리에 노여움이 서려있다.
 …아아, 정말. 이런 시기에 자존심 싸움이라니!
 귀족은 귀찮은 사람들이라 생각하면서도,
 "당신만이 알 수 있는 거에요. 다른 누구에게도 대역을 부탁할 수 없어요. 그래서 부탁하는 겁니다"
 『음? 그런건가? 이 몸 이 외에 누구도? 흠, 그런가. 그렇다면 흔쾌히 돕겠네』
 …단순한 사람인게 유일하게 다행인 점인가.
 『그러면 잠시 기다리게. …음, 음 음─. …전파라 할 건 없군 그래』
 "그렇군요…"
 빗나간건가.
 그러면 완전히 자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네우로이를 완전히 컨트롤 할 수 있을 정도까지 그들의 기술이 발전한 것인가.
 『그런데 하나 신경쓰이는 것이 있네』
 "…? 뭔가요"
 『코어 컨트롤 시스템이라는 건 전파로 조종하는겐가?』
 앗하고 정신이 들었다.
 『뭐냐, 전에 코어 간의 공명인가 뭔가,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 드네만…』
 "…그거에요!"
 『뭐, 뭐?』
 네우로이의 코어는 네우로이가 가까이 있으면 공면하여 동료라는 것을 나타낸다. 이걸 통해 피아식별을 하고 있었지만, 코어 컨트롤 시스템은 이 공진 파장을 이용해 네우로이를 조정한다.
 즉.
 "비트겐슈타인 소령, 이 주변에 진동하고 있는 코어를 찾아주세요!"
 『음^…. 그거라면 찾을 필요까지도 없네』
 "왜죠?"
 『머리가 굳었구만』
  "…뭐라고요?"
 『힉…. 화, 화내지 말게! 이 몸은 지금 좋은 말을 하려고 하는 참일세!』
 "…그러면 빨리 말하세요"
 『알겠네, 알겠다는데도…. 그러니 그, 그거 아닌가? 워록과 언제나 함께 있는 코어, 있지 않나? 바로 가까이서 움직이고 있는 녀석이』
 "…설마"
 미나는 지금까지의 사건에 관련된 모든 기억을 끄집어냈다.
 그 어느 사건에더소, 워록이 목격된 사건에선 네우로이가 된 스와 마스즈가 목격되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저렇게나 위치를 싫어하는 녀석들이, 위치를 네우로이한테 언제나 함께하게 한다니』
 "그 말인 즉슨, 스와 마스즈가 코어 컨트롤 시스템. 그런 건가!?"


*
 『미오!』
 "그래 미나. 듣고 있었어. 스와 아마기도 듣고 있었을거야"
 소형 네우로이 떼를 총으로 쫓아내며 미오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더욱 더 그녀에게 걸려있는걸, 이 싸움은"
 적의 움직임은 단순하다. 워록 정도의 복잡한 움직임이 아니라면 급할 것도 없다. 광선을 쏘려고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단단한다. 장갑은 네우로이의 장갑 그대로다.
 그렇기에 미오의 검으로는 공격이 들어가지 않는다.
 포탄처럼 달려드는 인조 네우로이를 어떤 때는 피하고, 어떤 때는 검으로 받아넘기며 남자를 벨 순간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집중이 필요하다. 조금이라도 다른 것에 신경이 팔리지 않기 위해선,
 "언제까지 도망칠 셈이냐 사카모토 소령!"
 "이런…!"
 적의 몸통박치기를 흘려넘기지 못하고 그대로 검으로 받아내면서 검이 휘어버렸다.
 미나와의 무선에 순간 정신이 팔린 틈을 뚫려버렸다.
 …미숙하다!
 이 정도로 정신이 팔려서야…!
 "그 검, 다음번엔 완전히 두동강을 내주겠어요!"
 그리고는 손 안의 코어를 향해 뭔가를 중얼거렸다.
 …저거로 조종하고 있는건가.
 미나는 마스즈가 워록을 조종하고 있다고 했지만, 적어도 이 소형 무리에 있어서는 저 남자가 가지고 있는 코어가 조종하고 있다.
 "가라아!"
 세 기가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어온다.
 "큭!"
 미오는 휘어진 검으로 버텨보았지만 오래 갈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중령!"
 방해가 될까 떨어져있던 히지카타가 남자를 향해 총을 쏘앗다.
 그 순간 마치 남자 앞에 벽을 쌓듯 네우로이가 움직여 히지카타의 총탄 전부를 튕겨냈다.
 그 틈을 타 미오는 히지카타 쪽으로 물러섰다.
 "…저기 히지카타. 비장의 수, 사용해볼까?"
 "타케이 소령께서 정체를 밝히지 않고 넘겨주신 의미를 생각해보면, 꽤 큰 도움이 될 것이 다름없습니다"
 "그렇지. …하지만 이 상황에선 비록 요도(妖刀)일지라도 사용할 때다. 안그런가"
 "…말씀대로입니다"
 히지카타가 검집을 내려들고 미오에게 넘겨주었다.
 "좋아! 너는 물러서있어!"
 미오가 달려나갔다.
 포장을 벗기고, 손잡이를 잡고 검을 뽑아든다. 그대로 한번 휘둘러 포장을 떨쳐내고 검집을 왼손에 잡아 허리춤에 찬다.
 …이건!
 그리운, 감촉이다.
 이거라면 할 수 있다고 직감했다.
 "자살행위는 안된다구요오오! 사카모토 소려어어어엉!!"
 남자가 날려보낸 건 다섯 기.
 미오는 정신을 집중했다.
 "간다! 열풍환!!"
 기합소리와 함께 뽑아들며 한기를 베어넘겼다. 검을 되돌리며 그 뒤의 한기를 쓰러트린다. 눈치채고 회피기동에 들어간 또 한기를 아래에서부터 베어올리고, 그 뒤에 있던 네 기 째를 그대로 휘둘러 수평으로 페며, 그리고 그 뒤의 다섯 기 째를 끌어당긴 검으로 찌른다.
 눈 깜짝할 ㅏ이에 다섯 기를 쓰러트린 미오의 실력에 남자가 아연실색한 표정을 짓는다.
 "히, 히익…. 여전히 검술 실력이 훌륭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만…. 어째서냐! 어째서 네우로이의 장갑이 뚫린거냐!?"
 미오는 허리리춤에 차고 있던 검집을 버리고 열풍환의 검집을 새로이 찼다.
 "단단한거다. 이 검에는, 마력이 깃들어 있지"
 자신의 마력을 흘려넣어 벼린 검이다. 몸의 일부와 같이 친숙한 것은 당연하다.
 미오는 검을 한번 휘두르고 검집에 넣었다.
 "마력이 없는 나라고 하더라도 이 열풍환을 사용한다면 네우로이를 상대할 수 있다. 그런 거지"
 "그렇군. 그랬어그랬어그랬어. 하지만 말이죠, 소령. 당신에게 싸울 수 있는 수단이 있더라도, 아무리 강해지더라도, 그래도 이길 수 없는 것이 있는거죠. …23번부터 50번, 기동하라"
 남자의 손 위에서 코어가 강한 빛을 뿜었다.
 "…아─. 농담이지"
 미오는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남자의 배후에서 30기 가까이 되는 네우로이가 떠올랐다.
 "혼자서는 이 정도 수를 어찌할 수 없겠지, 사카모토 소령!"


*
 "혼자가 아닙니다!"
 목소리와 함께 총알이 인공 네우로이를 덮쳤다.
 "뭣!?"
 당황한 남자가 엎드린다.
 네우로이가 반응했을 때엔 이미 다섯 기가 파괴되어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이 미오의 옆에 내려온다.
 스트라이커 유닛을 장착하고, 작은 체구. 하지만 바로 어제, 미오와 히지카타를 도와줬을 때의 페리느를 떠올리게 하는 뒷모습니다.
 "너는…"
 "자유갈리아공군 소속 아멜리 플랑샤르 중사입니다! 도움을 드리러 왔습니다 사카모토 중령!"


*
 "그렇군…. 고마워. 하지만 재회의 인사는 나중으로 미루지. 지금은 저걸 정리하는 걸 도와주길 바란다"
 "에, 재회라니…"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 아멜리.
 "뭐야, 기억 못하는건가? 전에 페리느를 501로 스카우트 할 때 만난 적이 있다만…!"
 날아드는 네우로이를 베어 넘기며 말햇다.
 "아, 아뇨! 기억나요! 그, 그런데 설마 기억해주실 줄은 생각 못해서…"
 아멜리도 네우로이를 쏘아 떨어트리며 대답했다.
 "기억하고 있지. 페리느가 정신을 잃은 이후 몇번이고 도전해왔던 사격을 못하는 중사. 좋은 근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동에 울음이 나올 것만 같지만 아멜리는 확실하게 네우로이를 격추하고 있다.
 "…꽤나 사격 솜씨가 좋아졌구만"
 "네! 선생님이 계시니까요!"
 "페리느인가?"
 "아뇨 다른 분입니다. 하지만 상냥하신 분이고"
 방아쇠를 당긴다. 격추한다.
 "저에게 서두르지 않고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아멜리의 사격은 확실하게 맞출 수 있는 것을 쏘는, 기본에 충실한 스타일이다.


*
 눈 깜짝할 사이에 네우로이의 수가 줄어들었다.
 "큭, 이렇게 된 이상…!"
 남자가 다시금 증원을 부르기 위해 코어를 입에 가까이 가져간 순간.
 "힉…!?"
 코아를 감싼 원통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하지만 부서진 건 그 뿐만이 아니다.
 "말도 안돼…!? 어떻게 코어까지…!?"
 코어의 파편이 빛을 반사시키며 흩어진다.
 아멜리의 눈 먼 탄이라고 생각했지만 거리도 멀고, 거기에 이 쪽에 등을 지고 있다. 그녀는 아니다.
 그러면 누가.
 주변을 둘러보던 시선을 사로잡은건 권총을 겨눈 히지카타의 모습이었다.
 "말도 안돼…. 니가 그랬을 리가 없어!!"
 "어떻게 그렇게 단언하는거지?"
 히지카타가 은색 총을 한손에 들고 남자에게 다가갔다.
 "너의 총에는 마력이 없다! 통은 부실 수 있다 하더라도, 코어를 파괴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그래. 내 총이라면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히지카타가 보여준 총은, 그립에 제501통합전투항공단의 부대 마크가 새겨진 은색 권총이다.
 남자는 그걸 본 기억이 있다.
 "그 총은 501의 위치들에게 지급되었던…"
 "그래. 미나 대령님의 총이다. 내가 쏜 건 위치용 마력탄.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나는 네우로이를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이 없지만…"
 히지카나가 총을 남자의 이마에 들이밀었다.
 "여기까지다. 이야기를 들어보실까"
 그 뒤에는 미오와 아멜리가 네우로이를 청소하고 있다.
 코어가 파괴됨과 동시에 폭주하여 눈에 뵈는 것 없이 파괴를 시작한 인공 네우로이.
 통제를 잃은 네우로이들의 최우의 발악같았다.


*
 미오 일행과 조금 떨어진 곳, 아마기는 생각 중이었다.
 어떻게 하면 마스즈를 구할 수 있을까.
 마스즈는 말 없이 이 쪽을 향해 쏜다.
 그 공격이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다.
 아마기가 향하는 쪽을 향해서 확실하게 날아든다.
 …역시 언니는 굉장해!
 이런 상황에서마저 감탄하고 만다.
 "하지만, 질 수 없어…!"
 총알을 주고 받으며, 실드를 펼칠 수도 없다.
 그래도 이길 것이다.ㄴ 이기지 않으면 안된다.
 마스즈의 공격에 제대로 실드를 펼치지도 못하는 상황임에도, 아마기는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망설임을 품고 있는 건 마스즈 쪽이었다.
 …이길 수 없단 걸 알고 있잖아!?
 싸우고 싶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기에 처음부터 진심으로 공격했다.
 수준의 차이를 보여준다면 포기할 거야. 옛날의 아마기를 기억하는 마스즈는 그렇게 판단했다.
 하지만, 아마기는 포기하지 않는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다시 일어나 도전한다.
 아마기는 검을 뽑았다.
 탄창이 더이상 없는 것이다.
 …접근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마스즈는 아마기를 향해 광선을 쏘았다.
 하지만.
 …뭐?
 그것이 처음으로, 빗나갔다.
 두번, 세번 쏘아봐도 몇발인가는 실드에 막혔지만, 몸을 움직여 피하는 아마기에겐 스치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꽤 하잖ㄴ,
 옛날에 검술을 가르쳐주던 시절이 기억 난다.
 …아마기는, 근육은 별로 없었지만 알려준 건 반드시 지켰지.
 그러면 이건 어떨까, 하고 틈을 주지 않고 공격했다.
 아마기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실드로 방어했다.
 두세번으로는 반응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실드로 막는다. 하지만 다섯번, 여섯번 반복하고 나니 아마기가 이게 반응하여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재밌어, 재밌어 아마기.
 네우로이의 표피에는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
 하지만 마스즈는 울고 있다.
 …돌아가고 싶어. 동생의 곁으로.
 "돌아와줘…"
 아마기의 눈물이 마음을 죄여온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난 이미, 네우로이다.
 "뭐라도 상관 없어. 네우로이라도, 기계라도 좋으니까 돌아와줘…"
 그럴 수 없어.
 그럴 수 없다…!
 울부짖듯이 아마기가 광선을 난사했다.
 "꺄아아아!!"
 실드를 전개한 아마기가 비명을 지른다.
 …미안해.
 광선과 실드가 격렬하게 부딫히며 폭발하는 듯한 섬광을 내뱉는다.
 빛 저 너머에 아마기가 쓰러져 있겠지. 실드로 막을 수 있는 양이 아니었어. 스트라이커 유닛을 집중적으로 노렸으니까 직격은 없지, 살아있을 것이다.
 상처를 입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땅에 떨어지는 순간 실드를 사용한다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다. 이건 항공보병의 기본적인 기술이니까, 마스즈가 몇번이고 조언해주고 복습한 것이다. 그러니, 아마기는 떨어지더라도 살 수 있을거라 마스즈는 믿고 있다.
 미안하다고 마음 속으로 사과하며, 마스즈가 등을 돌렸다.
 "나는…!"
 등 뒤에서, 아마기가 소리쳤다.
 …거짓말이지.
 "나는, 포기하지 않을테니까…!!"
 아마기의 검이, 돌아본 마스즈의 가슴에, 꽂혔다.
 붉은 빛이 쏟아졌다.


*
 "말로니 각하는…"
 히지카타가 총을 겨눈 남자가 입을 열었다.
 "말로니 각하는 위치야 말로 나라를 멸망시킬 것이라 믿고 계셨다"
 "바보같으니…"
 쏘아붙이는 듯 중얼거리는 미오에게 시선을 향하곤,
 "그렇게 생각하는건, 너희들이 도리를 모른다는 증거다. 잘 생각해보십쇼. 위치라고 해봤자 어짜피 10대 여자아이. 정치같은 건 알 리가 없습니다. 거기에 제멋대로에 금방 자아도취에 빠져선. 지키고 싶다? 하, 농담하지 마시죠. 병사에게 그런 생각은 필요없습니다. 필요한건 명령을 이행할 능력과 의지이지요."
 "꽤나 말이 많군. 이제야 제 정신이 든건가?"
 "아니죠 소령. 전 처음부터 진지했답니다. 진지했기 때문에 말로니 각하의 사상에 감명 받은 것이지요"
 "…사상이란건?"
 "말로니 각하는 언젠간 끝날 이 대전 너머를 보고 계셨습니다. 그 뒤엔, 인류 간의 전쟁이 될 것이라 생각하셨죠"
 남자는, 아멜리를 바라보며,
 "그 때, 당신들 위치는 싸울 것입니까?"
 "설마, 그런 일이…"
 "불가능하겠지. 우리 나라의 위치도 마찬가지일 거다. 하지만, 가능한 위치가 단 한명 적 측에 있는 것만으로, 전황이 바뀌어어버리는 겁니다. 그러니, 위치를 제거할 수 있는 병기가 필요했던 겁니다"
 "…설마, 그럴 목적으로 워록을 만들었다는 건가!?"
 "물론이죠, 그 외의 목적도 고려했지요. 하지만 대 위치전을 주 목적으로 상정한 건 부정하지 않습니다"
 "비열한 것들…"
 미오가 필사적으로 자신을 억누르고 있다.
 …위치를 죽이기 위한 병기라고? 아군에게 죽임 당하기 위해서 싸워온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소령. 당신은 후소가 다른 나라에게 유린당하는 상황에서 조용히 지켜보기만 할 셈인가요?"
 "뭐라고"
 "있을 수 있는 일이죠? 리베리온은 상처하나 없고, 카를스란트도 엄연히 남 리베리온 대륙에 광대한 영토를 지낸 채입니다. 후소도 피해를 입지 않은 쪽이지만, 브리타니아나 갈리아는 아닙니다. 최전전에서 소모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지"
 "물론, 전쟁을 하지 않을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워록은 억제력이 될 터였습니다"
 "…거짓말을 하는군"
 "뭐라고요?"
 "말로니가 브라타니아를 지키기 위해 워록을 만들었다? 말이 된다 생각하나? 워록은 다른 나라를 유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아닌가?"
 "어떻게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거죠"
 "브리타니아가 독단적으로, 거기에 극비에 개발했기 때문이다. 억제력이라 함은 연맹군 모두가 보유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브리타니아가 그걸 숨기고 있었다는 것은, 전쟁이 있어났을 때 언제라도 침략하기 위핸 준비겠지"
 "…"
 "자, 옛날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다. 워록을 어디서 손에 넣었나 말해주실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을 터인데"
 뭐라고, 라고 묻는 것보다도 빠르게, 미오의 뒤에서 폭발음이 울렸다.


*
 "뭐인가!?"
 전선에 복귀한 하인리케는 믿을 수 없는 것을 보았다.
 워록이 격추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몸 안에서 대량의 와이어를 뿜어내더니 기지 주변 금속이란 금속은 모두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겐가…!?"
 "아─. 아마 이건, 그거겠네요…"
 페리느가 맥빠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삼 년 전에도 격추한 워록이 항모를 흡수해서 거대해진 적이 있습니다"
 "…설마, 그건가?"
 "네. 아마도 그거, 겠네요"
 워록이 기괴한 뱀과 같은 모양이 되어 달을 향해 점점 늘어난다.
 "아무리그래도 너무 크지 않나요 저거"
 "우연이네요, 같은 걸 생각하고 있었어요"
 "저기, 대장? 푸딩 소령?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그러니까 이 몸의 이름은─!!"
 "아니, 쿠니카도 말이야…?"


*
 "하, 하하하…!"
 남자가 웃음을 터트렸다.
 "자, 그 날, 그 때의 재현이군요! 자, 어떻게 할 겁니까! 어떻게 할건가요 사카모토 소령!"
 "무슨 일이 일어나는건가!!"
 "워록이 완전히 폭주하는 겁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코어 컨트롤 시스템과 스와 마스즈. 그 두개가 사라졌다는거죠! 하하, 그러면 그 여자는 자신의 언니를 죽인거군요! 결국은!"
 "네 이놈…"
 미오가 주먹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게 내려오기도 전에 남자가 맞아 날아가버렸다.
 "에…"
 남자를 때려날린 건 히지카타였다.
 "말로니를 실각시킨 복수인가!? 그래서 이런 일을!?"
 "당연하지! 상상해봐라! 모든 것을 걸었던 주인을 잃은 실망과 허무함을!"
 "바보같은 녀석…!"
 히지카타가 한번 더 남자를 때렸다.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가 조용해졌다.
 "아아, 말로니 각하도 좋아하시겠네…, 너같은 쓰레기를 데리고 있어서…!"
 "히지카타…"
 미오는 히지카타에게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
 "으…"
 마스즈는 자기가 풀밭 위에 뉘여저 있는 것을 느꼈다.
 "어, 라…살아있…?"
 천천히 몸을 일으키다.
 그 등을, 지탱해주는 손이 있다.
 "아마기…"
 "언니…"
 "미안해…"
 지금은 그저 사과하고 싶다.
 고개를 내려보니 가슴 속 코어에 금이 가있는 거싱 보인다.
 "언니, 괜찮아…?"
 "응. 이 정도는 괜찮아. 하지만 아마기가 울고 있는 건 괴로워"
 "언니도 울고 있는걸…"
 "그러게…우는 것도 오랜만이라 잘 모르겠어"
 아마기는 마스즈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인간의 손이었다.
 "하나씩 떠올려가면 돼. 이제 돌아와줘…"
 "그렇네. …그것도 좋을지 몰라"
 자신의 손으로 아마기를 지킨다는 선택지도 있었을 터였다. 그걸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서웠던 거겠지.
 네우로이인 나를 받아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게 무엇보다도 두려웠다.
 하지만.
 "돌아와줘. 돌아온다고, 말해줘…"
 마스즈의 손을 잡고 그렇게 말하며 울고 있는 아마기를 보면, 어리석은 선택을 했었던 거라라, 마스즈는 생각했다.
 그 탓에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았다.
 "아마기"
 "응…"
 "너에게 돌아가기 전에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
 마스즈가 올려다본 하늘에는 거대한 기계 뱀이 꿈틀거리고 있다.
 "저것만큼은, 우리들이 끝을 내야하는 거겠지"


*
 "괴물 녀석…!"
 앞에서 튀어나온 곳에서 총알을 흡수하는 걸 보고 하인리케가 욕을 내뱉는다.
 "대장! 그 전기 그거! 찌릿찌릿하는 녀석! 더 할 순 없나요!"
 쿠니카가 긴장감 하나 없는 말투로 페리느에게 물어보았지만,
 "역시 이젠 앞으로 한번이 한계이겠는데요…"
 실제 탄환이 아닌 초네르라면 어느 정도 데미지를 줄 수 있다. 하지만, 기지의 철재가 다 떨어지기 전엔 즉석에서 회복하는 탓에 효과가 미미하다.
 "어떻게 해야…!"
 페리느가 말한 순간이었다.
 『페리느씨. 지금 결판을 낼 사람이 그 쪽으로 가고 있어요』
 "에…"
 주변을 둘러보니 다가오고 있는 위치가 있다.
 "스와, 중위…?"
 그 옆에는 스와 마스즈가 함께 있다.
 "잠깐, 이 상황에선 위험하다구요…!"
 『가게 해줘, 페리느』
 "사카모토 중령!?"
 미오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평온했다.
 『그와 마스즈는 워록과 링크되어 있다. 폭주하고 있다지만 그녀라면 멈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맞아. 그러니 너희들의 힘을 빌려줬으면 해』
 "…읏"
 페리느는 말을 삼켰다.
 이런 평온한 목소리는 신뢰의 증거다.
 아마기도 마스즈도 페리느도 미나도 506의 위치도. 모두를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나올 수 있는, 목소리.
 …그렇다면.
 "그 신뢰, 부응해 보이겠어요. …재506통합전투항공단, 노블 위치즈. 전원, 지금부터 스와 아마기, 스와 마스즈 두 명이 워록에 도달할 때까지 엄호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
 "아멜리, 너도 가서 도와줘"
 "에, 하지만…"
 "지금 저쪽에선 너의 힘을 필요로 하고 있을 거야. 페리느를 도와주지 않겠나"
 "…알겠습니다. 반드시 저 두 사람을 지키겠습니다"
 "부탁하지"
 아멜리가 날아가는 걸 미오가 배웅해주었다.
 『이 뒤는 그녀들에게 맡기자』
 무선에서 들려오는 미나의 목소리.
 "그래야겠지"
 함께 날고 싶다는 마음은 미오도 미나도 마찬가지다.
 "할 수 있어. 저 녀석들이라면"
 지금은 믿고 기다릴 뿐. 그것만이 미오가 할 수 있는 것이었다.


*
 "페리느씨!"
 "아멜리!? 어째서 여기에!"
 "그게, 저…. 실은, 기지에서 뛰쳐나와버렸습니다"
 "또 그런 무리한 행동을…"
 페리느가 고개를 저었지만, 한숨을 쉬더니 웃음을 지으며,
 "그러면 제 요기로 들어오세요. 쿠로다씨에겐 스와 중위의 전담 엄호를 부탁드리겠어요"
 "알겠습니다!"
 쿠니카가 네우로이와 아마기의 사이에 들어가 듯 위치를 잡은 걸 확인하곤,
 "자, 가보실까요!"
 페리느가 명령을 내렸다.
 모두가 몸을 비틀며 거센 대공포화를 피했다.
 방어는 성격에 안 맞는다며 매일같이 큰소리 치던 하인리케도 지금은 무기를 등에 메고 양손을 사용해 실드를 전개하고 있다.
 "공격은 거세다, 하지만…. 못 할 정도는 아니야…!"
 쥐어짜듯이 말하며 선두에 서서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쿠니카나 이자벨라, 마리안의 B부대 대원들도 마찬가지다.
 "토네르로 틈을 만들겠어요! 그 틈에!"
 알겠습니다, 라는 대답을 듣기도 전에 페리느는 남은 마력을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서 토네르를 날렸다.
 거대한 전격이 뱀을 덮친다.
 순간 모든 대공포가, 멈췄다.
 "가라아!!"
 하인리케의 외침과 동시에 모두가 전속으로 전진한다.
 대공포화가 재개된다.
 마력을 전부 소진한 페리느, 그 뒤 이자벨라가 스트라이커 피탄으로 고도를 낮추는 중, 아마기와 마스즈는, 워록의 머리 꼭대기에 도착했다.



*
 "아마기 잠시만 기다려줘"
 눈을 감은 마스즈가 워록을 향해 손을 뻣는다.
 "이미 한번 나의 제어를 떠났지만. 하지만 이렇게 가깝다면"
 워록의 공격은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마스즈가 만진 곳이 갈라져, 붉은 빛이 새어나온다.
 "이것이, 워록의, 코어…"
 아마기의 눈에 들어 온 건 여기저기 금이 간 일그러진 형태의 코어였다.
 "원래는, 내 가슴의 코어와 그 남자가 가지고 있던 코어가, 여기에 있었어"
 "에, 그러면…"
 "그래, 여기서 떨어져 나온 코어가 나를 살려주고 있어. …어떤 의미론, 이 워록과 나는 목숨을 나눠가진 자매와 같은 거일지도"
 "언니…"
 마스즈는, 검을 쥐고 있는 아마기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나를 살아있게 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두사람이 쥔 그 검으로, 네우로이의 코어를 찔렀다.
 하얀 가루가, 달빛 아래를 수놓았다.



*
 한달 후, 미오는 다시 페리느를 찾아갔다.
 사후 처리 결과를 듣기 위해서다.
 "결국, 그 남자의 배후는 알지 못했다, 이건가"
 "네. 마지막까지 입을 열지 않은 듯 해요…"
 진상은 어둠 속으로.
 워록의 입수 경로나, 스와 마스즈를 네우로이로 만든 자에 대해선 여전히 수수께끼다.
 워록을 완전히 파괴하여 워록의 기술이 일절 그 어느 나라의 손에도 들어가지 않게 한 것이, 그나마의 위안이었다.
 "연맹군에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하고 있지만요…"
 "알 수 있을 것 같지 않구만…"
 미오와 페리느는 서로 마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스와 중위의 언니 말인데요, 지금은 어디로…?"
 "아아, 군관계, 정부 관계 시설에는 절대로 넘기지 않을 테니까. 거기다 요양도 필요하다. 최고의 병원시설을 제공할 수 있는 곳에 부탁했지"


*
 "혼자서 걸을 수 있다니깐"
 쓴웃음을 짓는 마스즈를 휠체어에 태우고 아마기가 산길을 오르고 있다.
 "안, 돼…! 지금의 언니에게…윽, 이 산길은 위험하, 니, 까…!"
 이런 곳에선 완고한 동생이다. 조용히 따를 수 밖엔 없다.
 "언니, 어느 쪽?"
 "아마기는 온 적 있잖아?"
 "전에 왔을 때는 하늘에서 갔으니까…"
 떨어진거지만, 이라 덧붙인다. 메모를 보는 마스즈가 말하는 대로 아마기가 휠체어를 밀어 간다.
 "찾았다!"
 "…여기?"
 도착한 곳은 오래된 진료소.
 "최고의 시설을 제공하겠다고 사카모토 중령이 말했는데…"
 "어라, 잘 찾아왔구나. 기다리고 있었단다"
 작은 체구의 노파가 온화한 웃음으로 마중을 나왔다.
 "…그렇구나"
 굳이 최'고'의 시설이라 미오가 말한 이유를, 마스즈는 이해했다.
 "미야후지 진료소, 인가…"
 신세를 지게 되었다. 이름만은 기억해두자고, 그렇게 생각했다.


*
 "그렇군요, 미야후지씨의 본가에…"
 "지금 스와 마스즈에게 필요한 건, 거기에 전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사람의 따뜻함이나 평온한 생활, 그리고 강력한 치유마법을 사용하는 미야후지의 할머니와 어머니.
 "확실히, 최적의 병원시설, 이네요"
 "그렇지?"
 미오가 웃었다.
 "그런데"
 "네?"
 "아멜리는 어떻게 됐지?"
 "아아, 그 아이 말인가요…"
 페리느가 쓴웃음을 지으며,
 "명령위반으로 높으신 분들에게 찍혀버려서요. 간신히 처벌은 면했지만 교관일을 맡고 있다고 하더군요"
 "흠. 어울릴 것 같은 기분인다"
 "중령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자신이 못한다고 고민했었던 사람일 수록,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일에는 어울리지. 아멜리에게 있어선 잘 된 일일지도 몰라"
 "그 아이도 그런 말을 했었죠. 이젠 자기가, 실력이 안되어 고민하는 아이들을 도와줄 때라고"
 "좋은 교관으로 타고난 거겠지"
 "그 점이 리네씨의 언니같아요"
 이외의 이름을 들었다.
 "우리가 501에 있을 시절, 아멜리도 와이트 섬에 파견되어 있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거기서 지도를 받았다고 해요"
 "그렇구만…"
 …리네의 언니인가.
 한번쯤 만나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대장, 들어가겠네"
 하고 설렁설렁 노크를 하더니 하인리케가 들어왔다.
 "음, 오랜만이구먼. 사카모토 중령"
 "그래. 그 쪽도 건강한 것 같군"
 "뭐, 이 몸은 변함 없네. 다른 녀석들도 말이지"
 "그거 다행이군"
 "그건 그렇고, 무슨 일이신가요? 당신이 이 시간에 깨어계신 것도 흔치 않은 일입니다만…"
 "오, 그래 맞군. 부탁이 있어서 말일세"
 "부탁?"
 "…어서 이 몸의 침실을 고쳐주시게"
 "아아…"
 워록의 공격으로 엉망진창으로 파괴된 세단 기지는 지금은 복구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다. 기지 시설 정비가 최우선으로 되어있는 탓에 숙소는 가건물로 대체되어 있다고 한다.
 "저런 좁고 괴로운 방에선 잘 수 없네! 게다가 후소 꼬맹이와 같은 방이라니!!"
 "참아주세요. 방 갯수가 부족하니까요"
 "싫네 싫네! 이 몸은 벌써 수면 부족일세! 봐라 이 다크서클!"
 …없는 것 같지만.
 미오는 침착하게 딴죽을 걸곤, 속으로만 삼켰다.
 "네에네에, 검토해보겠어요"
 "반드시네!"
 그렇게 말하곤 하인리케가 방을 나가려다,
 "무조건일세!!"
 거듭 강조하곤 나가버렸다.
 "…힘들어 보이는걸?"
 "네에, 뭐. 이제와서지만, 미나 대령의 위대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사와요…"
 지친 듯 페리느가 웃어보였다.
 "뭐 그렇다면, 미나도 갈리아에 주재 중이니. 한번 상담 해보는 것도 좋지"
 "그렇게 해보겠어요…. 어색한 것 투성이니까요"
 "…자 그러면"
 미오가 일어났다.
 "벌써 돌아가시나요?"
 "그래. 그 이후의 상태를 들으러 온 것 뿐이니까. 오래 있어도 미안하지"
 "그렇지 않아요"
 "다시 올게. 나도 한동안은 유럽 생활을 계속할테니까"
 "…네. 기다리고 있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 페리느와 헤어져, 미오는 차에 올라탔다.
 "출발해줘"
 "옛"
 운전석의 히지카타가 액셀을 밟는다.
 "이번엔 너도 고생이 많았는걸"
 "별 거 아닙니다."
 "이번 기회에, 휴가라도 받아서 온천이라도 가볼까…. 너도 와라"
 "예. 모시겠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로 힘들었다.
 현역일 시절엔 거의 느낀 적이 없을 정도의 피로다.
 "준코에게도, 감사를 말해야겠지…"
 허리춤의 열풍환에 대한 것, 스와 아마기에 대한 것. 그녀의 도움이 컸다.
 …그래, 나중에 준코가 있는 곳에도 방문하자. 이것저것, 쌓인 이야기가, 있, 다….
 미오는 어느새인가 깊은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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