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19일 월요일

[번역] 스트라이크 위치스 1947 Cold Winter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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萩原間九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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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7년, 12월
 유럽주재후소해군무관의 직함과, 중좌의 계급을 단 사카모토 미오가 갈리아의 땅에 도착했다.
 …이른 듯 하군
 주변을 둘러보곤 미오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와 동시에 드디어 여기까지, 라는 감동과 비슷한 마음을 품었다.
 해방된지 3년, 갈리아의 거리는 활기로 가득차있었다.
 한 때는 이 모든 구역이 네우로이의 세력권에 놓여있었다. 그 상흔은 여기저기에 남아있지만 희박한 정도다. 해방된 직후의 갈리아를 알지 못한다면 대부분은 모를 것이다.
 미오가 마지막으로 갈리아에 방문했을 때는 네우로이로부터 해방된지 일 년정도 지났을 때였다.
 그 때는 지금보다 사람이 적었고, 상처입은 건물이나 야지가 많았다.
 귀국하고, 다시금 고국에서의 생활을 보내기 시작한 사람들의 표정은 밝지만, 부흥을 위한 고난은 만만치 않았겠지. 피로한 기색이 그늘처럼 지어져있던 것이 기억난다.
 그 후 미오는 유럽을 순방하게 되어, 갈리아에 방문할 일이 없었다.
 지금의 사람들에게 어두운 기색은 없다.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되찾았단 증거다.
 노력했겠지, 그녀도.
 한 때 부하의 얼굴이 떠올랐다.
 페리느 클로스테르망.
 갈리아 귀족 출신으로, 조국을 위한 마음은 누구보다도 강했다. 조국의 부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통합전투항공단의 대장 착임의뢰도 조국의 부흥이 우선이라며 계속 거절하고 있었다고.
 갈리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페리느가, 갈리아의 방공을 담당하는 제506통합전투항공단의 대장으로 착임했다는 것을 들었다.
 페리느도, 이만큼이면 됐다고 생각했음이 틀림없다. 그렇기에 다른 역할을 자신에게 부여한거겠지.
 미오는 걷기 시작했다.
 페리느에게 축하한다는 전신 한 번이라도 보내고 싶지만, 지금은 급한 몸이다. 축하하는 것은 모든 것이 해결된 뒤에도 늦지 않는다.
 관광을 위해서 온 것은 아니니까.
 미오는 그 발단이 된 날의 일에 생각이 닿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일주일 전
 공무를 위해 카르슬란트에 주재하고 있던 미오는, 전우, 미나 디트린데 뷜케 대좌의 방문을 맞았다.
 미나는 한 때 제501통합전투항곤단에서 대장을 맡았었고, 그 아래에서 미오나 페리느는 네우로이와 싸웠다. 우정은 그 전부터 있었고, 친우라고 불러도 좋을 관계라고 미오는 생각했다.
 지금의 관계에서 아쉬운 것은, 두 사람 모두 맡은 일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미오는 후소황국해군 중령로, 유럽주재무관. 한편 미나는 카르슬란트 공군의 대좌로 갈리아주재무관이었다.
 직무 상 함부로 말 할 없는 것이 많아, 모든 것을 터놓을 수 있는 사이임에도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렇다해도, 친구의 방문이란 것은 기쁜 것이다.
 너무 신중하게 말을 고르다가 답답함에 고통스러워 불평하면서도, 같은 고민을 아는 사람으로서 쓴 웃음을 짓는 것만으로 꽤나 마음이 가벼워진다. 게다가, 옛날이야기나 실없는 이야기도 좋은 것들이다.
 그래서 미오는 기쁜 마음으로 미나를 맞으러 갔다.
"오랜만인걸, 언제 여기에?"
 방으로 안내하면서 미오가 물었다.
"오늘 아침에, 내일 모레에는 다시 돌아가야하지만. 그나저나 여전히 삭막한 방인걸"
 미나는 웃으면서 방을 둘러보았다.
 유럽을 전전하는 일인 관계로, 미오는 방에 필요없는 것들을 놓지 않는다.
 다른 나라로의 이동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자주 방을 옮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카르슬란트의 후소대사관의 의뢰로 위치 파견의 조언역할을 하고 있기에, 거주지도 대사관의 근처로 선택했다.
 하지만, 그 일도 이제 일주일이면 긑난다. 곧 이동하게 되겠지.
 다른 나라로 갈 것인가, 카르슬란트 안에서 다른 역할을 맡게 될 것인가는 모르지만, 만약에 나라 안에서의 이동이라고 해도 지금 있는 베를린이 아니라면 이사는 피할 수 없다.
 그런 생활을 하고 있으면 사는 곳에 대한 집착도 옅어지는 것이 무리도 아니겠지.
 실제로 최근 2년 간, 반년 이상 같은 곳에서 머무른 적이 거의 없고, 미오도 그간 살고 있는 집에 대해 잠시 머무는 곳 이상의 애착을 가지지 않았다.
"또 떠나게 되는거네"
방 한 쪽에 쌓여있는 물건을 보고, 미나가 말했다.
"일주일만 있으면 이 일도 끝나니까. 준비는 빨리 해서 나쁠 것 없지"
"다음은 어디?"
"모르겠어. …아니, 알고 있더라도"
"말하지 못한다, 란거구나. 한번 물어본 것 뿐이야"
 미나는 웃으면서 그래도, 라고 말을 이었다.
"카르슬란트에 남아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후소로부터 기술교류를 목적으로 한 위치 파견, 그 준비를 담당한 당신이 정작 시작되고 나면 없다는게"
"뭐, 그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지만…. 하지만 너무 한 나라에만 머무를 수도 없어서. 기껏 특정 나라의 대사관 소속이 아니라, 유럽주재라는 넓은 범위의 역할을 받았으니까"
"괜찮아? 마지막까지 마무리하고 싶은거 아니야?"
"나의 일은 물밑 작업까지야 미나. 충분히 마지막까지 했어"
 미나가 장난스럽게 웃으니 미오도 쓴 웃음을 지었다.
 일단은 내 쪽이 연상인데.
 그렇게는 생각하지만, 미나는 옛날의 미오도 잘 알고 있기에, 반론할 수도 없다.
"말씀하시는대로야, 뷜케 대좌"
 패배의 쓴맛을 말할 상황도 아니었기에 어른스럽게 인정했다.
"뭐, 그래도"
 한바탕 웃은 미나가 화제를 바꾸었다.
"이쪽으로서는 상태가 좋아보여서 다행이야"
 음, 하고 미오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뭔가 속 뜻이 있는 듯한 말도 그렇고, 미나의 표정이 바뀌어있다.
 얕게 미간을 찡그리고, 부드러웠던 눈빛도 예리해졌다. 입도 굳게 다물고 미소가 사라졌다. 지휘관이었던 때의 미나의 표정, 이라고 말하면 좋을까. 옛날에 자주 봤던 표정이다.
 본편은 여기부터인가.
"여기, 잠시 빌릴게"
 그렇게 말하며 미나는 미오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테이블에 지도를 펼치고 그 위에 펜을 올려놓았다.
 쓴 웃음을 지으며 미오는 테이블 위를 정리했다.
"…이건?"
 펼쳐진 지도를 보고, 미오가 물었다.
 지도는 갈리아의 것이었다.
 몇 군데인가 빨간 원이 그려져있다.
 …그리운 광경이다.
 미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고보면, 501에 있던 때에는 매일같이 지도에 미나가 그린 빨간 원을 보고 있었다.
 그 때는 그것이 일상이었기에, 설마 그립다고 생각할 날이 올 줄이야.
 감회에 젖어있는 미오의 앞에, 미나는 척척 물건을 늘어놓았다.
 빨강, 파랑, 검정색의 펜. 분필. 긴 자. 컴퍼스. 수첩이 두 권. 그리고 봉투로부터 꺼낸 한장의 사진.
 …잠깐.
 미오는 황급히 사진을 집어들었다.
"…어이, 미나. 농담이라기엔 너무 나가지 않았나?"
 미오의 시건은 사진에 고정되어있다.
 남자와, 여자와, 커다랗고 검은 철괴가, 어두운 장소에서 빛을 받고 서있다. 그 사진에 찍힌 모든 것이, 미오는 본 기억이 있다.
 "삼 년 전, 브리타니아…"
 미오의 중얼거림에, 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잘못 본 것이기를 바랬었는데…"
 잘못 봤을 리 없다.
 남자는, 꽤나 야위었지만, 브리타니아 공군대장 트레버 말로니의 부관을 지냈던 남자다. 삼 년 전, 말로니가 일으킨 불상사로 인해 브리타니아에서 쫓겨났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런 남자는 문제가 아니다.
 이 남자 혼자서 찍힌 사진아라면, 기억력이 좋은 미나는 몰라도, 미오는 기억해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나머지 둘.
"어째서, 이 녀석들이 같이 있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미나에게 묻는 것이 아니다. 미나도 대답하지 않았다.
 사진에 찍힌 것. 그것은 아무리 봐도 네우로이와 워록이었다.


*

 삼년 전인가.
 즐거웠지만 힘든 일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미야후지를 발견하고, 키울 수 있었다. 그것은 미오의 추억 중에서도 보석과도 같다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미나나 페리느를 시작으로, 많은 좋은 동료들과도 만났다. 행복한 나날이었다.
 한편으로는, 미오의 마력의 감소도 그 시기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숨기고 있었지만, 영원히 숨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나에게 총을 겨눠지고, 전투에 나가지 못하도록 위협받고…아니, 설득당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미오는 출격을 계속했다. 다른 삶의 방식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시기에 일어난 일이 말로니와 워록에 관련된 사건이었다.
 훈련을 명목으로 무단으로 실총으로 가지고 간 미야후지와 페리느의 앞에 검은 눈을 반짝이며, 위치를 본 뜬 모습의 네우로이가 나타났다.
 과거에 확실히 목격담은 있었지만, 수년 간 그 보고는 끊겨있었다.
 갑자기 나타난데다가, 그를 쫓아간 미오 일행은 동요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놀란 것은, 내우로이와 놀 듯이 날고 있는 미야후지의 모습이었다.
 미야후지는 그 때, 무엇인가를 느꼈다. 그렇기에 네우로이와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겠다는, 미쳤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
 하지만, 네우로이는 적이다.
 미오에겐 미야후지가 위험하다고 밖엔 생각되지 않았다.
 전투를 멈추려고하는 미야후지를 무시하고, 미오는 공격을 시작했다. 검은 눈의 위치가 피하듯 빠져나가며 빛의 탄을 쏘았다. 그것은 실드를 뚫고, 미오의 총을 파괴했다.
 폭발한 탄창 탓에 미오는 부상을 입었다.
 동료의 활역으로 그 장소는 벗어났지만, 미오는 한동한 의식을 잃은 채였다.
 미야후지는 무단출격과 귀환명령을 거부한 것으로 근신을 처분받았다. 하지만 미야후지는 납득하지 않았다. 그 네우로이와 서로 이해할 수 있다며,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미야후지의 탈주. 거기서부터 모든것이 갑작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첫 움직임은 브리타니아 공군으로부터 내려온, 미야후지 격추 명령이었다.
 연맹군이 아니라 브리타니아군에서 온 명령으로, 미나는 서둘로 미야후지를 데리고 돌아온다면 격추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브리타니아도 연맹군의 일원이라고는 하지만, 연맹군 그 자체는 아니다. 지휘계통에 다른 통합전투항공단으로의 명령권은 미미하다. 이를 탈출구로 사용한 것이다.
 그 때까지 말로니는 브리타니아 공군의 지휘 하에 들어오라며 반복적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만약 그것에 굴복했더라면 그 명령에도 따를 수 밖에 없었겠지. 그것을 버티며 견뎌온 미나의 정치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말로니의 진짜 목적은 지휘권이 아니었다.
 제501통합전투항공단의 지휘권을 얻는 것도 시간 끌기에 지나지 않았으며, 그는 물 밑에서 무려 불법이라고 할 수 있을 연구를 하고 있었다.
 미야후지를 쫓아 갈리아 상공의 네우로이의 둥지에 도착한 미나 일행 앞에, 그 불법의 성과가 모습을 드러냈다.
 워록.
 후에 말로니가 그렇게 부른 기계의 병사는, 공중에서 비행기로부터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리고 네우로이가 쏘는 듯한 광선을 이용해 검은 눈의 위치를 소멸 시키고, 어안이 벙벙한 미나 일행을 남겨둔 채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전역을 이탈했다고 한다.
 귀환한 미나 일행과, 기지에 남겨져있던 미오 일행은 활주로에 모여 워록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말로니의 입으로부터, 제501통합전투항공단의 해산을 명령받았다.
 그 소란으로 미야후지의 격추명령이 유야무야 된 것은 행운이었지만, 명령을 내린 말로니에게도 그 이상으로 강요할 수는 없었겠지.
 말로니는, 전쟁은 남성이 하는 것이라는 사상을 가진 사람으로, 위치를 믿지 않았다. 그렇기에 위치를 대신할 물건으로 워록이라는 완전히 제어 가능한 기계 병사의 연구를 진행해온 것이다.
 그 시점에선 미완성이었지만, 그래도 워록의 투입과 제501통합전투항곤단의 해산을 단행한 것은, 미야후지의 네우로이 접촉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네우로이와 인류의 접촉은 밀로니에게 있어 있어선 안되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네우로이 연구 과정에서 이미 네우로이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은 시사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거기서 내우로이와 화해하게 되면 곤란한 자가 있다.
 브리타니아처럼 네우로이의 위협을 받고 있는 나라나, 갈리아처럼 네우로이에게 국토에 피해를 입은 나라의 전쟁 관계자들이다.
 리베리온이나 후소처럼, 국토자체가 피해를 전혀 입지 않았으면서 자국의 군대를 파견하는 것으로 노하우를 축적하는 국가나, 카르슬란트처럼 본토를 잃었음에도 남 리베리온 대륙에 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가 있다. 말로니를 시작으로 브리타니아 전쟁 관계자들 일부에게는, 이미 그들은 가상의 적국이었다.
 국토를 침범당한 것은 아니지만, 항상 네우로이의 공격을 받고 있는 브리타니아는 피폐해지고 있다. 상정한 적국에겐 한 발 두 발 리드 당하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말로니는 당황했다.
 여기서 화해하게 된다면 곤란하다, 고.
 말로니는 신속하게, 제501통합전투항공단의 해산을 연맹군에게 촉구하고, 밀어 붙였다. 브리타니아 공군이 위치 부대의 불필요성을 말하며 퇴거를 요구한다면, 연맹군으로서도 아무 말 할 수 없었겠지.
 미오 일행에게 있어도, 정식으로 명령서를 받은 데다가 기지를 압수 당해서는 어찌 할 수 없었다. 브리타니아군이 그 결정을 했다면, 대용의 기지를 찾을 수 있을리 없었고, 미나도 이후의 일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자리에선 어른스럽게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미오 일행은 뿔뿔히 흩어졌다.
 어떤 사람은 기차로, 어떤 사람은 비행기로, 또 어떤 사람은 차로, 각자 귀국길에 올랐지만, 미오는 미야후지, 페리느와 함께 항모에서 귀국하게 되었다.
 머리 바로 위를 워록이 날아간다.
 그리고 미오 일행의 눈 앞에서, 워록이 전투를 시작한 것이다.

*

"미오"
 미나의 목소리를 듣고, 기억을 떠올리고 있던 미오는 고개를 들었다.
"자고 있던건 아니야"
 미오의 농담에 쓴웃음을 지으며 미나는 사진을 가리켰다.
"삼 년 전과 사람은 같아. 다른 점이 있어"
"아아. 이 녀석이군"
 미오가 가르킨 것은 위치를 본 뜬 네우로이였다.
"이 남자는 말로니의 대역. 워록은 모습은 변해있지만 그때 그것이다. 하지만 말이야. 왜 이 녀석이 같이 있지?"
 삼 년 전에는 검은 눈의 위치와 워록은 적이었다.
 화해했나?
 그건 있을 수 없다.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브리타니아에서 그 사건이 있던 다음 해, 트라야누스 작전이라 이름 붙여진, 네우로이와의 커뮤니케이션 실험이 베네치아 상공에서 이루어졌지만, 실패로 끝났다.
 중간까지, 위치를 본 뜬 네우로이와 접촉하는 것까지는 순조로웠으나, 돌연히 나타난 거대한 네우로이의 둥지가 기존에 베네치아의 하늘을 뒤덮고 있던 네우로이의 둥지를 처치한 것이다.
 덮쳐오는 네우로이로부터의 철수전은 많은 위치를 부상입혔고, 작전의 담당이었던 제504통합전투항공단이 일시적으로 행동불능에 빠질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그 이래로, 검은 눈의 위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네우로이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꾀하ㅡㄴ 작전은 중지되었다.
 화해의 가능성은 사라졌으며, 다시금 불구대천의 적이 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계획이 재개될 것이란 이야기는 없다.
 미오에게는, 위치후보생 시절부터 친구인 타케이 준코가 전투대장으로 참가했으며, 갈리아 해방으로 원만하게 해산된 제501통합전투항공단의 재결성 계기가 되기도 했듯, 다른 의미로 기억에 남아있는 작전이었다.
 어쨋든, 그러한 경과도 있기에, 이 삼자가 동시에 찍혀있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애초에 이 네우로이가 사진에 찍혀있는 것 자체가 믿기 어렵다.
"잘 만들어진 합성 아닐까?"
 미오의 질문에 미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그 사진만이라면 그것로 끝낼 수 있었겠지. 하지만…"
"목격 증언이?"
"아니. 피해가 나오고 있어. 실제로 말이야"


*
 미나는 지도 위의 빨간 원을 가리켰다.
"우선은 여기. 11월 5일. 위치용 의류를 만드는 공장이 습격당했어. 사람은 경비원 밖에 없었지만 목격 증언이 있어. 커다란 사람같은 것이 빛을 내뿜으며 공장을 파괴했다고 해. 아마 워록이겠지. 다음은 여기, 마찬가지로 위치용 의류공장. 습격당한 것은 일주일 뒤인 11월 12일. 목격증언은 없음. 계속해서 11일 21일, 25일에도 역시 위치 관련 물자를 생산하는 공장이 습격당했어"
 미나가 설명을 계속하며 다음 빨간 원을 가리켰다.
"그리고, 11월 31일"
 그 손가락이 마지막 한 곳에서 멈췄다.
"위치 훈련 시설이 습격당했어"
"훈련시설이라고? 그렇다면…"
"응. 전투가 있었어. 교관들은 후보생들을 대피시킨 뒤 무기를 들었어"
"결과는"
"놓쳐버렸어. 부상자도 나왔어. 사망자는 없었지만, 그것은 교관 위치들이 후보생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시간 끌기에 집중했기 때문. 진심으로 상대했다면 분명 목숨을 잃은 사람이 있었을거야"
 미오는 속이 뒤집힐 정도로 화가나 있는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
 현역 시절에는 자주 후배를 지도했었고, 일시적으로는 교관을 한 적도 있다. 자신과 겹쳐보인다.
"이 사진은 그 곳에서 촬영한 거야"
"진짜, 란 거군"
"지금 갈리아에선 각 기지나 위치관련 시설에 경계명령이 내려져있어. 동시에 갈리아 정부가 독자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독자적으로?"
"응. 협력요청이 있을거라 생각했던거겠지만…. 통합전투항공단과 관련된 시설이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니고, 갈리아가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면 굳이 관여할 필요는 없지.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가"
"응. 전혀 어찌할 수가 없어. 마치 그 존재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 같아. 실제로 나도 이 정도를 조사하기 위해서 고생했어. 관련된 시설 등에는 감시의 눈이 번뜩여서"
"매우 엄중하구만. 포획하여 자신들의 나라에서만 연구를 하고 싶다. 그런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군"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그럴 듯 해"
 워록에는 코어 컨트롤 시스템이라는 특수한 장비가 있다.
 네우로이와 동조하여 네우로이를 컨트롤하는 시스템이다.
 삼 년 전, 조종당하는 네우로이끼리 충돌하는 모습을 항모 아카기의 선상에서 목격한 적이 있다.
 무시무시한 광경이었지만, 그것은 폭주하여 오히려 네우로이화한 워록이 가까이있는 후소해군의 함선을 공격하는 사태가 되었다.
 다음 해 베네치아에서는 전함 야마토에도 탑재되었지만, 마찬가지로 폭주하여 거대한 피해를 냈다.
 불안정한 대용품으로, 네우로이를 사용해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게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어, 현재는 연맹군참가국이 합동으로 연구기관을 설립, 거기서 자세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설마 그 기관이 이번 사태에 연관되어 있을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면 어딘가의 나라, 혹은 조직이 은밀하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위치형 네우로이를 조종하고 있다고 한다면, 코어 컨트롤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선, 폭주는 하지 않은 듯 하다. 귀중한 샘플이라 할 수 있다.
 갈리아 정부가 아니더라도 몹시 탐이 나겠지.
"카르슬란트에서도 포획의 명령이 나온건가?"
"모르겠는걸. …하지만, 아마도"
 그렇겠지, 라고 미오는 생각했다.
 후소에도 움직이고 있는 자들이 있겠지.
"너가 나를 찾아온 이유를 알겠어. 이 녀석은 어느 나라에게도 넘겨줄 수 없다. 우리들이 파괴해야만 한다. 그런 거겠군"
 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들의 책임…, 은 아닌가. 손을 대버린 일, 이미 타버린 배. 잘 말 할 수 없지만 그런 것인가"
"숙제, 겠는걸. 우리들의 숙제를, 후배들에게 넘겨버릴 수는 없어. 끝을 내자고. 우리들의 손으로"
 미오와 미나는 시선을 나누며 끄덕였다.

*

 그 날은 밤새 방침을 논의했다.
"페리느는 어떻게 하지?"
 우선, 이것부터다.
 삼 년 전의 사건의 당사자이기도 하며, 실력이나 갈리아에서의 영향력을 생각해봐도 그녀가 동료로 있으면 든든하다.
 하지만, 미나는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연락이 되지 않아"
"뭐라고?"
"물론 있는 곳은 알고 있고, 얘기하려고 하면 할 수 있어. 하지만 감시가 너무 엄중해. 아마 페리느로의 전화같은 것도 전부 도청되고 있을거라 생각하는게 좋아"
"그렇게 되면, 쉽게 페리느와 접촉할 수는 없는가…"
"응. 하지만…"
 미나는 미소를 지었다.
"페리느도 움직이기 시작했을 터. 몇가지 수단은 생각해두었으니까, 전혀 연락을 취할 수 없지는 않을거야. 횟수는 한정되어 있을거고, 전할 수 있는 것도 많이는 안되지만"
"협력자라도 있는건가"
"응. 제506통합전투항공단에 카르슬란트의 위치가 있어. 갈리아에 머문지 2년이 되었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미오로부터도 연락이 가능하도록 방법을 준비해두겠어"
"506에 있는 카르슬란트 위치라고 하면, 하인리페 프린…, 그러니까, 뭐였더라…. 길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군"
"하인리케 프린체신 주 자인 비트겐슈타인 소령"
"그래, 그거였지. 506의 전투대장이지. 분명 나이트위치라고 알고 있다만"
"맞아. 카르슬란트가 자랑하는 나이트위치 제2위의 실력자지. 사냐하고도 아는 사이인 것 같은걸?"
"으음…. 나이트위치의 커뮤니티는 독특하니까…. 특이한 사람도 많고.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까.
 나이트위치는, 뭐라고 할까, 마이 페이스로 독특한 사람이 많다. 501 시절의 부하 중에도 사냐라는 나이트 위치가 있었지만, 그녀도 독특했다.
 …사냐하고는 그다지 자주 대화하지 못했는걸.
 목소리가 큰 게 좋지 않았던걸까. 딱히 엄격하게 대하지도 않았고, 차갑게 대한 적도 없지만, 조금은 나를 피하는 것 같았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의 신뢰는 서로 가지고 있었다 생각하지만, 인간성의 상성이라는 걸까….
 불안과 복잡한 기억으로 조금 시무룩해진다.
"뭐, 나이트위치는 혼자서 싸우는 일이 많고, 생활 리듬도 다르니까…. 사냐도 미오를 싫어하진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당시의 고민을 아는 미나이기에 가능한 위로이지만, 정확해서 오히려 씁슬하다.
 그것을 꿰뚫어봤는지,
"그 비트겐슈타인 소령도 특이한 사람인 건 마찬가지, 라고 할 수 있겠네. 나쁜 아이는 아니지만…. 귀족이기도 하고"
 미나는 화제를 비트겐슈타인 소령으로 되돌렸다.
"…노력해보지"
"뭐, 그녀를 통해서 페리느와 연락을 할 때는 내가 할 게. 그 편이 자연스럽고. 미오는 뭔가 부탁할 일이 있을 때,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것 정도만 기억해줘"
"그래. …하지만, 말이야"
 미오는 팔짱을 꼈다.
"휘말리게 되는건, 괜찮은가?"
"…그러게. 하지만, 훈련시설도 공격당하면서 이야기가 바뀌었어"
"단순한 파괴활동은 아닐 것이다, 라고?"
 미나가 끄덕였다.
 처음에 습격당한 것은 위치와 관련된 물자를 제작하는 공장. 그리고 이번엔 위치 훈련 시설까지 습격당했어. 위치가 목표가 되고 있다고도 생각해"
"사진의 남성에겐 동기도 충분하고"
"그렇지. 그렇게 된다면, 그녀도 전혀 무관계하다고는 할 수 없어"
"최종적으로 통합전투항공단 기지가 습격당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는 것이군"
 고개를 옆으로 저은 미나가 미간을 찌푸리며,
"모르겠어. 하지만 경비가 적은 공장부터, 신인 위치들이 있는 훈련시설을 목표로 바꾸는 것으로, 그들의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해"
"그건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하지만,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손을 써둬야겠군"
"그런거지. 미리 정보를 넘겨준다면, 대비하는 것도 가능해. 그렇기에 중요한거야. 비트겐슈타인 소령에게 정보를 부탁하는 것과, 페리느와 만나는 것이"
"그렇군. 납득이 되는걸"
 역시 미나, 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부끄러워하지 마 미나"
 미오의 말은 자기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었다.


 미오가 갈리아의 땅을 밟았을 때, 제506통합전투항공단에 새로운 사령관이 착임했다.
 전투대장인 하인리케는 새로운 대장을 맞이하며 평가하고 있었다.
 …흐음. 전임자보다는 제대로 하는가.
 하인리케는 턱에 손을 괴고, 새로운 대장의 머리부터 발 끝까지 몇번이나 훑어보았다.
 …전임자는 피학체질이라고 할까, 뭔가 연에 없던 일에 말려들었던 느낌이었다. 부상으로 날 수 없었기에 잘은 모르지만, 뭐 실력은 있었던 듯 하니까? 지시도 명확하긴 했지만, 보통은 B부대의 리베리온인에게 농락당해서 울상짓던 이미지만이 남아있어서, 어레, 잘도 이런 믿음직하지 못한 자의 밑에서 움직였다고 생각될 정도의 느낌.
 그런 생각들을 하며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 새로운 대장은 곤란한 듯,
"저기, 무슨 일이라도?"
 라고 물어보았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고인을 추모하고 있는 것이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전임자인 그륀네 중좌는 본국 근무로 돌아간 것 뿐이니까요…?"
 …그랬던가. 그랬을지도 모르지. 어디선가 그륀네 중좌의 울음소리가 들린 듯한 느낌이지만, 뭐, 괜찮다. 기분 탓이다.
 혼자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하인리케에게 새로운 사령관이 손을 내밀었다.
"페리느 클로스테르만이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비트겐슈타인 소령"
"음. 하인리케 프린체신 추 자인 비트겐슈타인이다. 이 쪽이야말로 잘 부탁하네"
 잘못말하면 추궁할 것일세, 라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이제야 떠올렸다. 우리 부대의 기억력 나쁜 후소의 아가씨는, 처음 자기소개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에도 "하인리케 프린"까지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프린이 성이라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으니까, 또 벌을 줘야겠구먼.
"그런데 대장"
"어라, 벌써 대장이라 인정해주시는건가요?"
"음? 대장은 대장이네"
"그게, 전에 전해들은 당신의 성격이라면, 뭔가 실적을 보여주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는다고들"
 도발당하는 듯한 기분이다.
 하지만 그에 걸려들지 않고,
"아아, 음. 뭐, 그렇네. 옛날에는…그랬을 지도 모르네"
"옛날? 지금은 다르신가요?"
"집요하구먼…. 뭐, 나보다 강한 자가 아니라면 나의 위에 설 자격은 없다, 라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지"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물론, 입만 살아있는 자들은 인정하지 않지만, 강하고 약한게 전부는 아니라 배웠네. 그렇기 때문에, 날지 못하는 그륀네 중좌에게도 제대로 따르지 않았나"
 "방금 굉장한 취급을 당한 것을 본 듯한 기분입니다만…"
 "그런가?"
 잘 기억나지 않네.
 "뭐, 대장에 대해서는 여기서도 그 솜씨를 잘 알고 있네. 전에 501에서 활약했다고 하는 것은 충분할 정도의 실력자란 것이고. 애초에 네우로이도 잔당이라 부를 정도인 것이 조금 있는 정도. 이런 상황에서 실력을 보여줄 기회는 잘 오지 않을 듯하지만"
 "상황에 대해서는 계속 갈리아에 있었으니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방심은 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그거, 나한테 말하는건가?"
 …가소롭군. 언제 커다란 놈이 오더라도 홀로 떨어트릴 수 있을 정도의 준비는 되어있다. 하지만 오지 않는다고 할까, 최근 한동안 오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페리느가 화제를 바꾸었다.
 "음?
 "저에게 무슨 말씀을 하려 하시지 않았나요?"
 "그랬던가"
 "…"
 "…"
 …뭐인가 이 침묵. 나? 내가 나쁜겐가?
 아니, 그렇지는 않다.
 하인레키는 마음 속에서 그렇게 결론을 내리곤,
 "…뭐, 중요한 거라면 그 전에는 기억해 낼 것이네"
 "중요한 것이라면 바로 기억해주시는 편이…"
 "뭐가?"
 "…아니, 아닙니다"
 페리느는 매우 불안한 눈을 하고 있다.
 "그러면, 다음은 다른 대원들과 만나고 오는 편이 좋네. 전원 격납고에 모여있을 터. 거기로 가주시게"
 "소령은?"
 "하인리케님으로 충분하네"
 "…하인리케씨는?"
 '씨'로 정정당했다.
 하지만 하인리케는 신경쓰지 않는다.
 …이 몸은 그릇이 크니까 말이네!
 "나는 잘걸세. 평소엔 이 시간에는 깨어있지 않으니, 졸리네"
 "아아, 그랬죠. 실례했습니다"
 하인리케는 나이트 위치다.
 그 수가 적은 희소한 존재로, 야간의 초계, 전투를 주 임무로 맡고 있다. 낮밤이 뒤바뀐 생활을 지내고 있기에, 같은 부대에 있으면서도 다른 대원들과 얼굴을 마주치는 기회가 적다.
 2년동안 같은 부대에서 전투대장을 맡고 있으면서도 기지사령관으로 선택되지 않은 것은, 물론 정치적인 이유도 있을테지만, 이러한 생활시간의 차이에 의한 대원들과의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나, 희소한 대상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을테지.
 대장의 직무에 흥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것저것 귀찮은 것도 많은 듯 하니 이어받을 일은 없었겠지. 자신이 선택되지 않은 점에는 조금 아쉬움이 있었지만.
 하지만, 실적과 개인적인 프라이드와의 사이에서 조금 복잡한 감정은 있을지라도, 이번 새로운 대장의 취임에 하인리케는 갈리아 정부 다음으로 환영하고 있다.
 왜냐하면, 페리느는 이전 제501통합전투항공단에서 활약한 위치다.
 501에는 나이트 위치인 사냐 리트뱌크가 있었으며, 나이트 위치의 생활이나 처우에 대해 이해도가 있다. 그런 사람이 위에 있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나이트 위치에게 있어, 무리하게 다른 사람과 같은 취급을 당한다던가, 서투르게 대접을 받는 것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지금도 자러 간다는 하인리케에게 당연하다는 듯 이해하며, 전혀 만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다른 대원과의 인사에 하인리케가 꼭 동석할 필요는 없다, 하인리케와의 사이에서 필요한 것이 해결된다면, 그 뒤로는 맡기겠다는 듯한 모습이다.
 "인사는 끝났으니, 오늘은 방에 돌아서 쉬셔도 상관없습니다"
 "음. 그러면 감사히 그 말에 따르도록 하지"
 …합격이구만.
 하인리케는 고개를 끄덕이고, 방을 나섰다.

*
 제506통합전투항공단은, 전통적으로 세단에 위치한 A부대와, 디종에 위치판 B부대로 나누어져있다.
 페리느가 착임한 곳은 사령부가 있는 세단 기지이며, 오늘 인사를 나눈 부하들도 A부대의 멤버들 뿐이다.
 B부대로부터도 인사를 나누기 위해 온다는 말이 있었지만, 페리느는 그럴 필요는 없다고 전해두었다.
 부대가 두 곳으로 나누어진 데에는 정치적인 배경도 있었지만, 페리느가 방문을 거절한 것과는 관계가 없다.
 페리느가 신경쓰고 있는 것은 최근 한달 정도 사이에 연이어서 일어나고 있는 위치 관련시설의 습격사건이었다.
 갈리아 정부가 사건을 공개하지 않으며 다른 나라의 협력을 거절하고 있기에 통합전투항공단이라는 입장에선 손을 쓸 수 없지만, 혹여나 하는 일이 생기면 자신이 책임을 직더라도 부대를 투입할 생각이다.
 많은 책임을 묻게 될 것이지만, 민간인의 피해가 나오고 난 뒤에는 늦다.
 게다가, 이 일련의 습격사건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불명확하다.
 세단, 혹은 디종 기지가 습격당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한번에 다수의 위치가 기지를 비우는 것은 꺼려진다.
 인사는 페르니가 직접 디종에 방문하는 것으로 하였고, 대신 경비와 연락을 은밀히 할 것을 명령했다. 그렇게 하면 이동하는 위치는 페리느 한명으로 충분할 것이다.
 …저로서도 너무 신경쓴다는 기분이 들지만.
 그 사진을 본 뒤로 아무래도 과민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말로니의 부관, 워록, 그리고 위치 모습의 네우로이라니 마치 망령이라도 본 듯한 기분이다.
 게다가 페리느는 갈리아 정부의 움직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갈리자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서 정보통제를 가하여 지금까지도 국내에 보도가 되지 않았다. 다른 나라의 협력을 모두 거절하고, 군관련 시설에는 네우로이의 잔당에서 떨어져나온 일부 개체가 파괴활동을 행하고 있다, 라는 명목으로 경계명령을 내렸을 뿐이다.
 이러한 처리는 놀라울 정도로 철저히 수행되어, 페리느가 이 사건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절친한 상원의원이 은밀하게 알려준 덕분이었따.
 …그렇게까지 해서 숨길 이유는 대체?
 정보부나 군 관계자 중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은밀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전혀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페리느의 초조함도 깊어져만 간다.

*
  …아, 안되겠구먼
  잠을 청하던 비트겐슈타인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말하는 걸 잊어버렸구만…"
  미나로부터의 전언이다.
  페리느가 착임하면 바로 전해달라고 들었다.
  내용은,
  "사카모토 미오가 갈리아에서 조사를 시작하려 한다, 였던가. 음, 기억두자 기억해두자"
  뭐, 전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거지만.
  뷜케 대령은 무섭다. 전하는 것을 잊었다고 하면 어떤 짓을 당할지 아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 한번, 너무 난동을 부려서 험한 꼴을 당한 적이 있다. 자세한건 말하지 않겠지만,
  "정비병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었지"
  스탬프 시트를 전부 잃은 정비병들의 허무로 가득찬 모순적인 표정이 적나라한 얼굴은 지금도 가끔 떠오른다.
  …공적에 합당한 포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니ㅏ, 뷜케 대령 말하길, 풍기가 문란해진다는 듯 하다. 역시 정비병들이 불쌍하긴 했는지 그 뒤로는 조금 부드러워졌으나, 부족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던 것은 왜일까. 알 수 없구만.
  그런 일도 있었기에, 이번 건에 대해서는 비트겐슈타인 본인이 험한 꼴을 당할 수 있기에 미나로부터의 의뢰는 소홀히 할 수 없다.
  "뭐, 한 숨 자고 생각해도 되겠지…"
  …전하면 되는거다, 전하기만 하면.
  그리고 자고 일어난 뒤에는, 완전히 잊어버린 뒤였다.

*
  갈리아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아직까지 페리느로부터의 연락은 없다. 그 정도로 감시가 엄중하고, 쉽게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겠지.
  혹은 비트겐슈타인을 통해 미나에게 말이 전해졌을 수도 있지만, 미오는 미나와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 후소 여성은 너무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미오는 독자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불편함을 통감하는 곳이 많아 조수로 히지카타를 부르기로 하였다.
  히지카타는 미오가 현역이던 시절부터 종병(従兵)으로 데리고 다니던 남성으로, 이러저러 도움이 된다.
  현재는 유럽함대의 기함, 야마토의 승무원으로 있다. 불러내는 것에 대해선, 한 때 함께 싸웠던 야마토의 함장이 현재는 참모로서 여전히 야마토에 승선해 있기에, 편의를 봐주었다.
  소수속 등에 대한 건 대부분 생략이 가능했지만, 그래도 앞으로 이삼일은 기다려야 하겠지.
  "후…"
  미오는 배고픔을 느껴 노트 위에 써내려가던 펜을 멈추었다.
  조사를 중단하고 식사를 하는 것이 딱히 내키진 않지만, 체력을 유지할 필요도 있다. 히지카타가 있다면 만들어달라던가, 사오라고 부탁하던가, 숙소의 주인에게 부탁한다던가 할 수 있지만.
  "…이것도 앞으로 몇일뿐인 인내인가"
  히지카타만 온다면 시간이나 생활, 금전의 관리를 맡길 수 있음에 틀림없다. 여러가지로 편해질 터이다.
  미오는 일어나 기지개를 피며 몸을 일으켰다.
  피걱피걱하고 뼈가 부딫히는 소리가 난다.
  둔해졌는걸.
  훈련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지만, 그래도 몸은 현역시절보다 둔해졌다.
  예전엔 훈련도 업무도 가능했지만, 책상 업무 위주인 지금은 그럴 수도 없다.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자신을 납득시키는 것은 간단했지만, 그러고 싶지 않은 것이 미오의 의지였다.
  "저녁은…다음에 먹으러 갈까"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라도 조금 걷고 싶다.
  미오는 코트를 걸치고 밖으로 나섰다.

*
 바람이 차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아직 자신에게 감시가 붙은 것 같은 낌새는 없다.
 갈리아의 첩보관계자가 미오에 대해서 파악하지 못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때인건가.
 붙어있지도 않은 감시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관두고, 얇게 쌓인 눈을 밟고 걸으면서 미오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올해도 곧 끝난다. 섣달 그믐 날 전에는 정리를 짓고, 새해를 근심없이 맞이하고 싶다 새악ㄱ한다.
 할 수 있다면 후소에 돌아가고 싶지만, 그건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이겠지.
 생각해보면, 위치가 된 이후로 후소에서 맞이한 정월은 거의 없다. 자기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나라에서 새해를 맞이해왔다.
 …이러면 안돼지.
 지쳐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설마 향수병이 도질 줄이야.
 한심하다고, 자조적인 한숨을 쉰 그 때였다.
 "사카모토 중령지"
 길 오른쪽에서 여성의 목소리로 후소의 말이 들려왔다.
 들어본 적이 없는 목소리다.
 미오는 멈춰서서 목소리 쪽으로 몸을 반쯤 향한 채로,
 "누구지?"
 하고 물어보았다.
 오른편에는 어둡고 좁은 샛길이 있다.
 "미안해, 이름을 댈 순 없어"
 목소리는 거기서부터 들려왔다.
 이미 미오의 왼손은 허리춤에 올라가 군도의 칼집을 쥐고 있다. 동시에 왼발도 지면을 굳게 딛었다. 검을 뽑아드는 것도, 도망치는 것도 가능한 자세다. 동시에 몸은 절반만 돌린 상태를 유지해서 상대를 향한 몸의 단면적을 최소화하였다. 상대의 무기가 검이든 총이든 노릴 수 있는 면적은 좁아진다.
 "역시나인걸. 그런 자세에 긴 코트로 숨기고 있지만 틈이 없어."
 간파당하고 있다.
 미오는 놀라움을 느끼는 동시에 경계를 강화하였다.
 "무도를 배운 후소인인가?"
 "그거에 대해선, 양 쪽 모두 예스라고 대답해두지"
 "무슨 목적이냐"
 죽일 목적이었다면 한참 전에 움직임을 보였을 터. 다른 목적은 무엇인지 미오는 머리를 회전시켰다.
 …짐작가는 곳은 하나밖에 없는걸.
 "경고"
 여자는 그렇게 대답하였다.
 역시나.
 "당신이 지금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부터, 손을 떼기를 바라"
 갈리아 정부의 첩자, 는 아니겠지. 굳이 후소인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
 "떼지 않는다면?"
 "떼게 해주겠어"
 "재밌는걸. 나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의식을 잃어버리면 관계없지. 그런건"
 돌연, 바람이 불어왔다.

*
 순간 미오는 허리를 낮추고 왼발로 몸을 밀어내듯이 하여 크게 앞으로 내딛었다.
 동시에, 검을 뽑아 상대의 몸통을 노렸다.
 칼날은 눕혔다. 칼등치기다. 묻고 싶은 것이 산처럼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현역을 은퇴한 사람의 칼솜씨가 아닌걸…!"
 그림자는 뽑아든 칼을 반쯤 칼집에서 뽑ㅇ든 채로 몸을 날려왔따.
 "뭐라고…!"
 미오가 놀란 목소리를 내었다.
 미오의 검은 칼집에서 뽑힌 검과 부딫혀 높은 쇳소리를 내었다.
 위치를 바꿔 미오는 칼을 고쳐 잡았고, 상대는 다시금 칼을 꺼냈다.
 "식은 땀을 을리는 것도 오랜만인걸"
 상대하는 여자가 중얼거리며 큰 한숨을 내쉬었다.
 식은 땀이 나는 것은 이쪽이라고 생각하며, 미오도 한숨을 내쉬며 호흠을 골랐다.
 방금의 움직임.
 그대로 검을 뽑아서 베려고 했으면, 미오의 검 끝이 적의 복부를 가격했을 터였다.
 그것을 상대는 빠르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간파하여, 도중에 칼을 꺼내는 것을 그만두고 뽑힌 칼을 세워 미오에게 향했다. 그 결과 미오의 베기는 도신에서 반쯤 나온 칼을 때렸고, 공격은 완전히 막혀버렸다.
  놀라운 것은, 그것을 한 순간의 판단으로 해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노리고 있었다면 몰라도, 이미 발도를 시작하고 도중에 멈추는 것은 간단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름을 듣지 못하는게 유감이다."
  미오는 한숨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평범한 입회 하에, 혹은 훈련이었다면 호적수가 될 수 있었겠지.
  "나도 이름을 말하지 못하는건 유감이야. …부탁한다 사카모토 중령. 손을 떼"
  "그 정도의 실력이 있다면 힘으로 그만두게 하는 것도 가능할 터인데"
  "당신이 손을 뗀다면 피를 보진 않을거야. 하지만, 당신이 손을 떼지 않는다면, 당신의 피가 흐르겠지"
  "…잘 모르겠는걸"
  대치하면서, 이야기를 계속하며 미오는 상대를 관찰하였다.
  얼굴. 후드로 가리고 있어 확인할 수 없다. 키. 나보다는 약간 크다. 체격. 가는 체형이다. 복장. 검은색으로 도배되어 있으며, 신원이나 소속을 나타내는 것은 전무하다. 구두. 무겁고, 잘 미끄러지지 않을 것 같은 부츠, 밟히기라도 한다면 꽤나 큰 데미지겠지. 그리고, 자세. 본 기억이 있다. 어디서 본 것일까.
  "내가 손을 뗀다면 어떻게 되지?"
  "사건은 종식될 것이다. 보장하지"
  "본 적도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보장이라니"
  "당신과, 당신의 동료가 손을 뗀다면, 그는 물고기가 그물에 걸리지 않았음을 알고 그만둘거야. 지금 당신들의 행동은 그가 그린 계획대로야"
  "그? 그라고? 누구를 말하는거지?"
  말이 지나쳤다는 듯 후드의 여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중령. 한번만 더 부탁하지. 손을 떼"
  이 이상 비밀을 밝힐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벤다!"
  힘으로 들을 뿐.
  미오는 검을 정면으로 향하고 상대의 얼굴로 찌르기를 내질렀다.
  "유감인걸…!"
  상대는 몸을 젖히며 종이 한장 차이로 피했다.
  "아까는 칼등이었는데, 이번엔 진심으로 찌르기…!?"
  놀라면서도 그의 입은 웃고 있다.
  "죽일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진심으로 상대하지 않으면 당하는 건 이쪽일테니까 말이야…!"
  말로 상대를 설득한다던가, 심리전은 특기가 아니다. 그렇기에,
  "나의 방법으로 가주겠다!"
  칼등치기가 아니다. 검날을 향하고 베어넘길 심산으로, 미오는 나아갔다.
  "무겁다…!"
  내려친 미오의 검격을 검으로 받아낸 그가, 후드 아래에서 입술을 깨문다.
  "당연!"
  만약 막으러 할지라도, 있는 힘껏 검을 내리쳐 놓치게 할 생각으로 미오는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디담판이 좋지 않다. 단단한 석재에 눈이 얇게 쌓여 약간 얼어있는 것도 있다. 크게 움직인다면 발이 미끄러져 밸런스가 무너질 수 바껭 없다.
  그렇기에, 미오는 넘어지지 않도록 검을 너무 크게 휘두르는 것은 그만두었다. 그리고 넘어지더라도 곧바로 응전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중심을 낮추고 낮은 움직음으로 공격해 들어갔다.
  노리는 것은, 상대의 다리다.
  디딤판이 좋지 않은 것은 상대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다리를 계속 공격하는 것으로, 악조건을 활용하여 밀어붙인다. 게다가 다리라면 치명상으로 이어지기도 힘들어, 생포한다는 목적에도 부합한다.
  처음의 찌르기로 자세를 무너트리고 머리 위부터 내려친 칼의 무게로 기세를 뺏긴 그는, 돌연 다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미오의 흐름에 말려들고 말았다.
  미오의 전술은, 항상 선수를 치는 것.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다음 행동을 예상하여, 그것을 처음부터 꺾어버리고, 흐름을 잡는다.
  마력을 잃고 마안을 상실했지만 미오의 눈은 쇠약해지지 않았다.
  "큿…!"
  말려든 그가 굳게 다문 입에서 신음을 흘린다.
  미오는 항상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면서, 상대의 품 속으로 파고들 듯이 하면서 작고 빠른 참격을 선보였다.
  후드 속의 상대방이 이 상황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한번 거리를 벌리고 파고 들기 전에 상황을 되돌릴 수 밖에는 없다.
  하지만, 그것을 용납할 미오가 아니다.
  머리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검을 막으면서 미오는 앞으로 내딛었다. 백스텝, 사이드 스텝을 반복하며 상대를 놓치지 않는다.
  검을 휘두르는 것은, 도약하고 발이 땅에 닿는 그 순간. 발을 딛은 그 순간은 그 이상 움직일 수가 없다.
  그렇지만 후드 속의 상대도 미오의 공격을 간신히 견뎌내고 있다.
  착지 순간을 노리고 있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겠지.
  검으로 막는 것 뿐만 아니라, 일부러 밸런스를 붕괴시켜 착지점이나 타이밍을 흐트러트리고 있다.
  디딤판이 나쁜데도 잘 한다고 미오는 감탄했다. 한발만 잘못 딛으면 미끄러져 한번에 불리해질텐데.
  카운터를 날리지 않고 있던 후드 속의 상대가, 미오의 얼굴로 강렬하게 무릎을 들어올렸다.
  "우앗!"
  미오는 옆으로 구르며, 안면을 무릎이 가격하기 직전에 회피했다.
  후드의 상대방은 이걸 계속 노리고 있었겠지. 미오가 앞으로 나가려는 그 타이밍에 정확히 맞춘 일격이었다.
  게다가, 이것으로 인해 두 사람 사이에 거리가 생겼다.
  "젠장…!"
  미오가 욕을 내뱉었다. 공격이 끊기고 말았다. 이걸로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당신, 정말로 은퇴한거야…?"
  숨을 고르며, 거기에 자세도 빈틈없이 가다듬으며 그가 물었다.
  "당연하다"
  미오도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몸을 단련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가슴을 펴며, 당당하게.
  "마력을 잃고, 오히려 강해졌다고 나는"
  실소마저 띄우면서
  "당신의 과거는 모르지만…. 하지만, 은퇴한 위치의 마음은 알고 있어. 그러니까 분명 그런거겠지. 당신은 강해졌어"
  후드 아래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나도 강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그는 천천히 검을 머리위로 들어올리며, 고자세를 취했다.
  필살의 준비인가. 다음 한번으로 결정을 낼 생각이다,라고 미오는 직감했다.
  그렇다면, 미오는 검을 아래로 내리고 대조적인 자세를 취했다.
  "간다"
  우웅, 하며 상대의 검이 붉은 빛에 뒤덮였다.
  마력…?
  말이나 행동으로부터 상대도 자신과 같은, 이미 은퇴한 위치라고 믿고 있던 미오는 속으로 놀람을 금치 못했다.
  빝은 검의 끝 부분에 모이며 불길하게 주변을 비추었다.
  "설마…운요(雲耀)!!"
  미오가 소리쳤다.

*
  한 때, 운요라고 불리는 비검을 사용하는 마녀와 대련을 한 적이 있다.
  운요(雲耀)란, 번개를 의미한다. 원래는 어떤 검술의 유파의 극의였지만, 마녀들이 사용하는 운요는 그것과는 또 다른 특징을 가진다.
  마녀들의 운요는 대량의 마력을 검에 주입시키고, 거기에 끝에서부터 검의 앞부분에 마력을 집중시킨다. 그리고 그것을 참격과 함께 상대에게 꽂는 심플한 기술이지만,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로 미오와 대련한 마녀는, 대형 네우로이를 운요의 일격으로 코어와 함께 양단했다는 무시무시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양의 마력을 검에 흘려보내는 것은 되더라도, 끝부터 검의 앞부분이라는 좁은 범위에 고정시키는 것은 어렵다. 초심자가 한다면 마력이 폭발하여 검신을 가루로 만들어버린다.
  상대의 운요에 대해서라면…완벽했다. 검신이 아슬아슬하게 견딜 수 있는 정도까지 마력을 흘려넣어, 전혀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았다.
  이럴 경우, 제대로 받아냈을 경우는 물론, 회피했을 경우에도 마력의 폭발로 인해 무사히 넘어갈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이다.
  미오는, 상대가 움직임과 동시에 선택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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