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9일 화요일

[리뷰] 마리얼레트리2 Thin Red Line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책을 아직 읽지 않으신 분, 책을 읽을 의향이 있으신 분은 주의 바랍니다.





<밥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마리얼레트리는 참으로 흥미로운 주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것은 작중에서 나오는, 말 많은 '고려 연방'도, 판타지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웜홀도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밥을 먹는다'라는 행위가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중심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각 챕터의 제목이 모두 음식 이름으로 되어있고, 인물이 그 챕터의 이름을 담당한 음식을 만들거나 먹는 모습이 꼭 삽입되어 있어 소소한 재미를 준다.
 마리얼레트리의 특징이라고 하면 높은 흡입감을 우선 꼽고 싶다. 1권을 읽을 때도 그랬고, 이번 2권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한번 책을 잡고 읽기 시작하면 눈을 떼기 힘들다. 나는 한동안 독서다운 독서를 하지 않다보니 책을 읽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게 되어서, 이 책도 구입 후 일주일이나 방치해두었었다. 하지만 한번 책을 읽기 시작하자 그 안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에 흐름에 휩쓸려 버렸고, 정신을 차리자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참이었다. 이는 전적으로, 평소 밀리터리를 좋아하던 나의 취향 문제일 수도 있겠으나, 어쨋든 내 개인에게 있어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경험이 굉장히 뿌듯하고 유쾌하게 남았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다.
 두번째는 사소하지만 은근히 신경쓰이는 주제, 책의 두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마리얼레트리의 두께는 비록 엄청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여타 다른 책에 비하면 매우 훌륭한 두께를 가지고 있다. 책의 두꺼움을 처음 보았을 때, 과연 저 책이 저렇게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면서 올바른 이야기 전개를 보이고 있을 것인가에 대한 걱정을 할 수 있을텐데, 마리얼레트리는 매우 훌륭하게 이 걱정이 무의미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상기한 몰입감과 함께 더욱 좋은 독서 경험을 선사해준다.
 책에 실려있는 일러스트도 매우 훌륭하다. 유나물씨의 훌륭한 일러스트는 2권에서 특히 그 빛을 발하면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샤오지에라는 캐릭터를 누구보다 잘 살렸다고 나는 생각한다. 특히 권두의 컬러 일러스트, 그 처음에 샤오지에가 차를 마시는 그림은 보자마자 탄성을 뱉을 정도로 좋은 그림이었음을 확신한다.
 이번에는 2권에서 전개되는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2권 시나리오의 중심인물은, 표지나 권두 일러스트에서도 강조되어 있듯이 샤오지에가 담당하고 있다. 1권에서 주인공 원일이 계속 의문을 표했던 갑판장 샤오지에와 그 휘하의 갑판원들 간의 관계, 그리고 샤오지에의 계급에 대해서 그 궁금증을 이번 시나리오에서 해소하고 있다. 샤오지에의 시나리오에서 샤오지에는 1권에서는 미처 알 수 없었던 상대를 위한 배려심이나 태도에 대해 알 수 있다. 원일이 커피를 먹고싶다고 하자 커피를 몰래 준비해온다던가, 갑판원들이나 다른 선원을 향한 무한한 배려심이 오히려 그녀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사건을 겪으면서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는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언제나 과묵하고 원일에게 쓴소리 하기 바빴던 이비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샤오지에와의 충돌과 그로 인해 생겼던 둘 사이에 틈이 다시 메꾸어지면서 캐릭터의 성격이 입체적으로 변화하는 점이 굉장히 인상깊게 묘사되어 있었다. 물론 여기서도, 이비와 샤오지에를 화해시켜주는 매개체도 음식이다. 음식의 선택도 아무런 음식이 아니라, 둘을 처음 이어주었으며, 샤오지에의 상징과도 같은 차를 이용한 음식을 택해서 독자가 자연스럽게 이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점이 인상깊었다. 이런 시나리오 뿐 아니라, 마리얼레트리 전체를 관통하는 메인 시나리오도 진행되고 있는 것이 잘 나타난다. 점점 얼굴을 많이 비추기 시작하는 체셔와, 정신나간 서보라 대위를 통해서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조금씩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진지한 이야기만이 진행되면은 독자들이 쉽게 지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중간중간 들어가는 간략한 에피소드를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는데 이 점에서도 마리얼레트리가 독특한 강점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해군에서 복무를 마친 작가의 경험에서 나오는 깨알같은 함상 스토리들, 그리고 배의 이곳저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나에게는 굉장히 새롭게 재미있게 다가왔다. 기존에 찾아보기 힘든 해군 이야기라는 점도 마리얼레트리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도 있다. 아무래도 내용의 전개가 조금은 예상하는대로 흘러간다는 점인데, 이 부분은 매우 사소한 점이다. 위에서 기술한 듯, 시나리오를 전개하기 위한 요소들이 굉장히 합당하고 재미있게 사용되기 때문에 이 부분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건 정말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도가 나오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조금은 아쉬웠다. 아무래도 밀리터리물을 찾아보는 사람은 그 쪽에 대한 흥미가 있는 사람들이고, 밀리터리물에서는 필연적으로 전투가 발생하게 된다. 이 때, 이에 대한 간단한 지도가 있다면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다.
 정리하자면, 이번 마리얼레트리 2권은 1권을 재미있게 읽었던 독자들에게 절대로 실망을 안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차후 전개될 이야기에 대한 기대, 그리고 캐릭터의 매력을 독자에게 안겨주는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여러분도 구입해서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이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 치료 목적의 식사제한으로 인해 원하는 것을 아무거나 먹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보니 마리얼레트리가 강조하는 '한끼 밥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는 중이다. 먹을 수 있을 때 먹고, 먹을 수 있게 되면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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