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2일 월요일

아이돌 온리전에서 생긴 일 - (1)

 최근 우리 사무소의 아이돌들의 지분이 매우 올라가고 있다. 346프로덕션의 신데렐라 프로젝트 뿐 아니라 프로젝트 크로네가 연이어 성공하고, 우리보다 앞서 이 시장에서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던 765 프로덕션과의 경쟁체제가 확립되면서 아이돌 시장에 큰 자금이 모이고 있다. 그들을 담당하는 프로듀서로서, 각 아이돌이 어느정도의 인기를 얻었는가, 그리고 무엇이 세일즈 포인트로 작용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물론 이런 것은 공개적인 지표나 신문, 시청률로 알 수 있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팬들이 아이돌이라는 컨텐츠를 소비하는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며, 오늘은 그 중 하나를 알아보러 나와있는 중이다.
"분명히...여기가 맞겠지"
 내 눈 앞에는 '아이돌 온리전'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건물이 있다. 말 그대로, 아이돌을 이용한 2차 창작물을 사고 팔고하는 소규모 이벤트. 이 곳에서만 알 수 있는 팬들의 소비형태를 알아보러 주말을 이용해 이 곳에 왔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캐주얼한 복장을 하고 왔다.
"정말...굉장한 인파로군요"
  아이돌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모여있었다. 한시간 정도 줄을 선 뒤에야 간신히 회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줄을 맞추어 세워져있는 부스를 돌아다니며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굿즈나 팬픽, 동인지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개중에는 청소년이 구입할 수 없는 물건을 내놓는 부스도 있었다. 나는 수첩에 간단하게 눈에 보이는 특징들과 우리 프로덕션의 아이돌들이 어떤 이미지로 주로 소비되고 있는지를 메모하였다. 그리고 그 때였다.
"...아리스양?"
 물론 정말 아리스를 본 것은 아니다. 매우 큰 판넬로 시야 대부분을 가려 안쪽을 들여다 볼 수 없게 하고 직사각형으로 작게 창구를 낸 부스에 놓여져 있는 샘플.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아리스를 소재로 한 팬픽. 그것도 성인향 동인지였다. 아리스양은 아직 미성년자...아니, 대부분이 미성년자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아리스양의 성인용 동인지라니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대체 누가 이런 책을 내었는가 하여 고개를 숙여 부스 안을 들여다보았다.
"저기..."
"네..."
"...."
"...."
 부스의 주인과 눈이 마주쳤다. 부스의 주인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내가 말을 거니 대답을 하기 위해 마스크를 내리다가, 그대로 손이 멈추었다. 나도 허리를 숙인 그 자세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나는 이 프로덕션에서 아이돌을 담당하고 있는 프로듀서, 남이라면 몰라도 나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ㅎ...후미카...씨...?"
"........"
"후미카씨....?"
"............."
 아무리 마스크를 쓰고, 특유의 장발로 눈을 가리고 있어도 알아볼 수 있다. 언제나 청순하고 고고하게 대기실에서 두꺼운 양장본을 읽고 있는 그녀, 그리고 저 특징적인 어깨 숄, 저것은 분명히 본 적이 있다. 그런 그녀가 왜 여기에...
"혹시...이것은 후미카씨가..."
"엣,..아...아니오! 그럴리가!"
"그런데 왜 후미카씨가 여기에...분명히 주말에는 선약이 있다고 하셨지 않았던가요"
"그...그랬던가요...하하...하하하..."
 앞머리에 가려 잘 안보이지만 명백하게 눈을 피하고 있다. 평소답지 못하게 말도 더듬고 흔들리고 있다.
"...평소에도 아리스씨를 그런 눈으ㄹ...."
"아...아니에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정말입니까"
"정말...정말입니다...."
"....."
"아뇨....거짓말입니다...죄송합니다...."
 딱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이리저리 눈을 피하면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후미카. 그리고 스스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아뇨 후미카씨. 괜찮습니다. 그래도 좀 더 아이돌로서의 몸가짐에 조심을..."
"어쩔 수 없는걸요! 아리사가 너무 귀여운게 죄인걸요! 괴롭히고 싶어지는걸요!"
" "
"앗..."
 넘 당황한 나머지 본심이 쏟아져버리는 후미카.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후미카씨"
".....네"
"이번 일은 모두에게 비밀로 해드리겠습니다"
"네?"
"후미카씨도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즐길 필요가 있으며, 그것을 보호해주는 것도 프로듀서의 역할이겠지요. 그리고 책을 두 권 부탁드립니다"
 내 말을 듣고 방금까지 울상이었던 후미카가 눈을 반짝이며 환한 표정을 짓는다. 역시 웃을 때의 후미카씨의 아름다움이란 상상을 초월한다. 이것이 포인트가 되어 아이돌로 스카우트를 했었지.
"그럼 후미카씨, 좋은 시간 되시기를"
"감사합니다...프로듀서씨"
어느새 뒤에 줄이 생겨버렸기에 급하게 부스 앞을 빠져나왔다. 사람들의 모습을 보아하니 딱히 부스 안을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고 책을 사가는 사람이 매우 많았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슬쩍 물어보니 꽤나 인기있는 부스라고 한다.

...집에 가면 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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