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4일 토요일

[번역] 케이즈리포트 3권 제5장. 다카르만 해전 -1-

<케이즈리포트 3권>

제5장 다카르만 해전


"경보! 복수의 중형 네우로이, 북동방면에서 다카르로 접근 중! 고도 3000, 올라갈 수 있는 기체는 모두 올라가라! 반복한다…"


맹렬한 사이렌과 함께 스피커에서 절박한 방송이, 아프리카에서 대서양으로 튀어나온 베르데 곶, 그 끝자락 가까이에 있는 황량한 활주로에 울려퍼진다.
"전기 올라가라, 라고 해도 위치는 나밖에 없잖아"
어깨를 조금 넘을 정도의 다갈색 머리를 머리 양쪽으로 묶고, 순백의 갈리라 공군제복을 입은 한명의 소녀가 활주로 옆에서 중얼거렸다. 가까운 격납고로 달려가 안을 향해 조용히 물어본다.
"시동 준비는?"
절대 큰 목소리는 아니었음에도 휑한 격납고 안에 울려퍼진다.
그걸 듣고 안에 있던 정비사들이 당황하여 일제히 돌아본다.
"3분만 기다려주세요, 아직 연료보급 중이라"
"알았어, 서둘러줘"
"네, 네!"
격납고 안에는, 원래라면 군을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와, 아직 학교에 있는게 어울리는 어린 정비사, 양 극단밖에 없다.


여기는 다카르.
서아프리카의 가장 끝에 있는 베르데 곶, 북 아프리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막이 드디어 끝나고 주변에는 힐끔힐끔 초록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곳의 대부분이 다카르 도시이며 이 땅에는 세계 각지에 난립한 갈리아 정부 중 하나, 남방정통갈리아 정부가 있다. 또한 항구에는 갈리아에서 탈출해온 함정이 정박해있다.
함정들 중 가장 큰 것, 이것이 네우로이 공습 시 브레스트에서 의장 중이던 전함 리슐리외이다. 이 전함은 깔리아 최대 최신예 전함으로 당시 갈리아 최신기술을 집약한, 갈리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전함이었다. 기준배수량 35000톤, 전장 247.9미터의 거구를 최대출력 15만 마력으로 30노트까지 발휘할 수 있으며, 45구경 38센치 사연장포탑 두기를 전방에 배치, 이 사연장포탑의 채용을 통해 적은 중량으로도 다수의 포를 탑재하는데 성공하였다. 이로 인해 남은 중량을 장갑으로 돌림으로써 330mm의 두꺼운 현측장갑을 주요 부위에 두르는데 성공했다.
갈리아에 네우로이가 밀려들 당시 미완성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상의 네우로이 부대를 향해 몇번이고 포격을 행했지만, 약간의 시간을 버는데 불과하였고, 본국 정부로부터도 최대한 많은 물자와 정부 관계자, 군인을 탑재하여 다카르로 이동하도록 명받았다.
최종 테스트를 겸한 시운전 중이었기에, 함장 이하 어느 정도의 사관과 승무원은 탑승해있었으나, 혼란 속에서 정규 승무원을 갖추지 못하고 육군이나 작업인원까지도 승무원으로 승선하여, 두척의 구축함과 민간인을 태운 다수의 선박과 함께 네우로이의 공격을 받는 브레스트에서 간신히 탈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 최신함도 탈출 도중 네우로이의 공격을 받아 오른쪽 스크류에 손실, 응급수리를 하여 다카르 항구에 도달하였으나 그곳에서 침수가 확대, 착저해버린다.
다행히도 대 네우로이 방어 겸 부력재로, 흘수선 아래의 장갑 사이에 에보나이트 무스라는 생고무로 만든 탄력재를 주입하였고, 또한 다중격벽으로 인해 침수를 최소한으로 막는데 성공하여 주요부분에 침수와 착조로 인한 피해는 적었다.
그 후 지상에서의 필사적인 배수작으로 인해 부상에 성공, 파손부를 메꾸는 응급수리를 행하였다. 하지만 아직 항해는 불가능하며 의장도 불완전, 거기에 피난 중 결함도 다수 발견하여 제대로 된 도크에서의 수리를 필요로 하였다.
다카르는 어느 정도 항만설비를 갖추고 있으나 거대전함을 수리할 정도의 설비는 없으며, 물자와 인원은 더더욱 부족하였다.
갈리아 함락 후, 본국에서 받은 탈출명령을 근거로 이 땅에 도망쳐온 정부관계자를 중심으로 한 남방정통갈리아정부가 설립하였으나, 비슷한 조직이 세계 곳곳에 난립하여 싸울 의지가 있는 인재는 최전선인 북아프리카나 브리타니아로, 안전을 원하는 사람들은 파어웨이 랜드나 리베리온으로 이동하였다.
결과적으로, 원래 살고 있던가, 갈곳이 없던가, 명령에 묶여버린 사람만이 여기 다카르에 남아있는 것이다.
순백의 갈리아 공군 제복을 입은 소녀도 그 중 한명. 브레스트 군항에서 방어전투 중있기에 그대로 리슐리외 호위 임무를 명받아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다카르까지 오는 처지가 된 죠제 르마르 중사이다.
원대는 랑스에 주류하던 갈리아공군제4연대 제1전투위치대대의 제1비행대 소속으로 되어있으나 그 부대 자체가 갈리아 철퇴 중 완전히 소멸해버렸기에, 브레스트에 도착했을 때엔 르마르 중사만이 유일한 대원이었다. 직속 상관도 없는거에 더해, 군대에 지원한 이후의 기간도 짧았기에 동료나 아는 위치도 거의 없어 연줄을 통해 전선으로 이동하는 것도 못하였다. 또 착하고 휩쓸리기 쉬운 성격 탓에 어떠한 의문도 느끼지 못하고 다카르에 주류하고 있다.
그래도 본가가 숙박업을 하여 어린 시절부터 자주 거들었기에, 청소나 베드메이크가 특기로 자신에게 배정된 방뿐만 아니라 기지의 정비사들의 방 등도 전부 청소하고 있다. 그 결과, 연배있는 정비사들이 손녀처럼 아껴주었기에 본인도 숙소에 머무는 단골들을 대하는 듯한 분위기로 훈련 절반, 청소 절반의 느긋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브레스에서는 구식 리베리온제 유닛인 호크75로 싸웠지만, 철수 시 적재되어있던 물자 중 갈리아제 VG.33을 발견하여 이후 그것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정비사들이 새로운 엔진을 탑재한 개량형 VG.39를 어디선가 입수해왔기에 한동안은 적응훈련에 한창이었다. 신형유닛에 있는 결함을 제거하고, 드디어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 때에 네우로이가 공습,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푸념하며 르마르 중사는 연료보급을 기다린다.
"내가 출격하면 다른 유닛도 준비해줘"
"알겠습니다"
최연장자인, 얼굴에 수염에 묻힌 정비사가 씨익 웃으며 VG.33의 준비를 시작한다.
"리베리온에서 온 것도 있지? 그것도 쓸 수 있을까?"
"P-39 에어코브라 말입니까, 문제 없습니다"
다카르는 리에리온과 가까운 것도 있기에 구식병기 중심이지만 리베리온에서 다양한 보급물자를 받고 있다. 리베리온제 유닛인 에어코브라도 그 중 하나로, 브리타니아에 원호물자로 갈 예정이었으나 현지에서 성능부족으로 사용을 거절당했기에 여기저기 돌려지다 여기 다카르까지 오게 된 것이다.
다른 물자는 거의 비슷한 것들이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르마르는 저공에서 꽤 쓸만하고, 강력한 무기도 같이 왔기에 준비를 했다.
"저 쪽이 33보단 속도가 나오니까, 사용할 거면 준비해줘"
"호크 쪽은 어떻게 할까요?"
"어라, 아직 있었어?"
"일단은"
"공냉이니까 시동에 준비가 필요하지?"
"그렇죠, 최근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오일을 돌리는데만 최소 한시간이 걸립니다"
"그럼 다른 거가 끝나고 여유가 있으면"
"알겠습니다"
"그것보다, 총과 탄환의 준비를 부탁해. 중형이 여러기라고 하니까 한 정으론 부족할 거 같아"
"코브라와 함께 온 M4캐논은 어떻게 할까요?"
"37mm 포 말이지. 일단은 정찰이고, 무거우니까 처음엔 필요없어"
"알겠습니다"
"출격준비 완료입니다!"
연료보급을 하던 소년 정비사가 목청껏 소리쳤다.
가볍게 한손을 들어 감사를 표하고 유닛을 장착하는 르마르 중사.
애용하는 브렌 Mk.1을 손에 들고, 예비탄창을 넣은 가방을 정비병에게서 넘겨받아 비스듬히 등에 맸다.
엔진에 시동을 걸고 잠시 회전시켜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 뒤, 무선으로 사령부와 교신한다. 하지만 사령부는 큰 혼란에 빠져있어 네우로이의 상황을 알 수가 없다.
혼란스러운 통신으로부터 리베리온에서, 에어코브라와 함께 온 전투기 P-38이 두기, 선행하여 출격, 정찰을 하러 갔다는 것을 알았다. 평범한 전투기로는 네우로이 상대로 매우 힘들기에, 이제부터 위치가 갈 것임을 알렸다.
활주로에 나서니 이제야 사령부에서 리슐리외를 지키는 걸 최우선으로 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짧게 알겠다고 대답하고 단숨에 가속하여 하늘로 날아롤랐다. 구식 VG.33보다 출력이 올라간만큼, 가속과 상승 페이스가 좋다.
활주레 위에서 한번 선회하니 북동쪽으로 먼저 간 기체가 보인다. 아마 저게 P-40일거라 짐작하곤 그 쪽을 향해 가속하는 르마르 중사. 오른편으로 다카르 항구가 보이고, 경순양함인 듯한 배가 움직이기 시작한게 보인다.
"저건…"
「여긴 리슐리외 함장인 마르젱(marzin)이다. 르마르 중사 들리는가?」
항구에 정박중인 리슐리외가 이 쪽을 발견한거겠지. 바로 통신을 보내왔다.
"네, 여기는 르마르, 잘 들립니다. 이상"
「리슐리외의 엄호에 들어올 것인가?」
"선행한 전투기와 함께 네우로이의 규모를 확인, 일단 거기에서 요격을 실시합니다"
「알겠다, 적 정보는 이쪽에도 알려주길 바란다. 이상」
움직이지 않는 배라지만, 할 수 있는 건 여러가지 있겠지, 대답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신이 끊겼다. 그러자 다른 통신이 금새 들어왔다.
「여기는 순양함 몽카르므, 위치공 들리십니까?」
"네, 여기는 르마르 중사, 몽카르므 들립니다"
「아 다행입니다. 저희는 리슐리외의 엄호로 들어갑니다. 필요하시다면 저희에게 지시 부탁드립니다」
"지시라고 하셔도, 저는 중사인데"
「그런 사소한 걸 신경쓸 여유는 없습니다. 일단 리슐리외를 지킨다, 그를 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건 전부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이 회선은 당신과 통신용으로 상시 열어두겠습니다. 언제라도 불러주십시오. 좋은 전투를」
"알겠습니다, 통신 마치겠습니다"
출항한 경순양함은 라 갈리소니에르급의 몽카르므와, 동형함 죠르쥬 레이그. 갈리아의 최신범용경순양함으로, 기획 상 최대속력은 31노트이나 공식으로는 35.9노트라는 구축함에 버금가는 속도를 낸 쾌속함이다. 55구경 15.2인치 삼연장속사포를 전방에 두문, 후방에 한문 갖추고 있으며 9cm 고각포 네문과 기총 등의 대공장비를 가지고 있다.
갈리아의 경순양함으로써는 처음으로 현측에 장갑을 둘렀으며, 또한 다카르에서 대네우로이 대첵으로 일부 방수구역에 에보나이트를 주입, 어느 정도 방어에도 신경을 썼다.
구축함은 대형구축함인 팡타스크, 마랑, 로다슈, 통상구축함인 아르디의 네척. 이 외에도 통신함이나 무장함, 예인선에 이르기까지 움직이기 시작, 총력을 다해 리슐리외를 지키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재상각하를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라!」
「갈리아를 위하여!」
「갈리아 정통 정부를 위하여!」
움직이기 시작한 각 함선들이 무수한 통신을 주고받는다.
갈리아의 과거 대정치가의 이름을 딴 최신전함, 그 존재는 남방정통갈리아정부의 상징이며 정부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건 이 배를 지키라는 명령이 이 정보의 존재근거인 것에서도 확실하다.
하지만 그 뿐 아니라, 눈에 보이는 상징으로써 전함의 존재는 아무리 그것이 손실되었다 할지라도 국민의 마음의 지지대로써 충분하다.
그 중후한 위용을 보이는 전함, 그 위를 위치가 날고 있는 것만으로 병사과 민중의 사기가 오르기에 리슐리외의 함장은 어서 르마르가 돌아오길 바라는 것이다.
그걸 알고 있을지라도, 일단은 적의 상황을 확인, 그리고 가능한 적이 다카르 군한에 도착하기 전에 격추하는 것이 중사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수였다. 지켜야 할 것을 뒤에 두면 전투에 제한이 늘어나기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때 한 기 두 기라도 줄여둔다면 그 이후 르마르 중사 자신과 지켜야하는 군함의 손실이 적어진다.
그렇게 생각하며, 가속하는 중사.
함선과 통신하는 사이에 선행하던 P-40을 따라잡았고, 한 기의 파일럿의 전방을 가리켰다. 그 끝을 보니 저 멀리 여러 검은 점이 보인다.
"네우로이!"
「저희가 정면에서 유인하겠습니다. 그 틈에 공격해주십쇼」
"하지만 그래서는"
중사의 불안과 걱정을 날려버리는 듯, 파일럿의 매우 밝은 대답이 돌아왔다.
「괜찮습니다. 저희도 한번 교전 뒤엔 후퇴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무운을!"
「그쪽도」
작별인사과 동시에 급상승하는 르마르.
마도엔진을 전개하여 점점 고도를 높인다. 네우로이의 상공 2000m에 도달한 시점에서 몸을 기울여 급강하로 들어간다.
르마르의 급강하를 확인함과 동시에 속도를 올려, 기수의 12.7mm 기총과 주익의 7.62mm 기총 각각 두 정을 네우로이에게 난사하고, 톨격을 시작하는 2기의 P-40.


"커다래!"
상공에서 네우로이 군집에 접근하자 중형이라고는 들었지만, 르마르가 지금까지 본 적 없을 정도로 커다란 네우로이였다. 그런 네우로이가 세 기, 그리고 평범한 소형 네우로이 십수기가 호위하듯 그 주위를 맴돌고 있다.
급강하 기세 그대로, 예전에 훈련학교에서 질릴 정도로 배운대로, 가운대의 중형 네우로이 앞부분에 연사를 가하는 르마르. 30발들이 탄창이 한순간에 쏟아내곤 텅 비었다. 그대로 앞을 스치듯 강하, 1000m 정도 고도를 낮추고 네우로이의 추격이 없는 것을 확인한 시점에서 자세를 바꿔 다시 급상승한다.
동시에 빈 탄창을 교환. 이번에는 동일한 중형 네우로이의 후방에 탄환을 집중한다.
이제야 소형이 추격해왔기에 탄창 절반은 그쪽으로 돌렸다.
왜, 소형이 따라오지 않을까, 상공에서 탄창을 교환하는 사이에 주변을 둘러보자 바로 후퇴한다던 P-40 한기가 소형에게 쫓기는 것을 발견했다.
"어째서!"
너무 깊이 들어간걸까, 도망칠 타이밍을 놓친걸까,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격추당한다. 나머지 한 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무사히 도망친걸까?
이런 걸 생각하며, 아군기를 쫓는 소형기를 향해 다시 급강하한다.
「이 쪽은 신경쓰지마」
아까의 교신과는 다른 사람이, 예리한 목소리로 교신해왔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당신이"
「우리는 미끼다, 그 틈에 한기라도 많이 떨어트려줘」
그걸 듣고 앗하곤,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본다.을
조금 떨어진 곳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마음 속에서 북받쳐오르는 무언가를 눌러담고, 소형에게 쫓기는 P-40를 한 번 보곤 중형 네우로이를 향해 급상승한다.
「그래, 그거면 됐어」
상승하는 등을 밀어주듯, 다시 교신이 들어온다.
그대로 상승을 계속하여 상공의 중형을 향해 있는 힘껏 총알을 꽂아넣는 르마르. 아까 공격받은 전후부는 수복 중이었으나, 이번에는 세로로 앞에서부터 뒤까지 일직선으로 사격을 가하자 거기서 완전 두 쪽으로 갈라진 네우로이의 우측이 크게 떨어져나가, 회전하며 옆에 있는 중형 네우로이와 충돌하였다. 남아있는 좌측은 그대로 잠시 하늘을 날았지만, 바로 돌맹이처럼 지면으로 빨려들어가다 빛이 되어 소멸하였다.
"됐다! 한기 격추!"
충돌당한 중형을 다시 보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비행하며 이쪽을 향해 공격하였다. 거기에, 부딫힌 반뽁까지 합체하여 거기서도 공격이 쏟아진다.
당황하여 선회하며 상승으로 들어가고, 조금씩 좌우로 움직이며 사선에서 도망치는 르마르. 새로운 탄창을 교환하여 총을 겨누지만, 중형의 공격이 거세 가까이 다가가기도 힘들다. 거기에 다수의 소형 네우로이가 아래에서 올라오는 것이 시야 끝자락에 보인다.
여기서 몸을 기울여 급강하로 소형과 마주보며, 호스로 물을 뿌리듯 총알을 쏟아냈다. 몇발이 소형 네우로이에 명중하여, 정면의 한 기가 빛이되어 사라지는 사이를 뚫고들어간다. 르마르르 쫓는 중형의 공격을 급선회로 피하고, 사선은 그대로 르마르를 쫓던 두 기의 소형에 명중하여 반으로 갈라졌다.
남은 소형은 그 자리에서 반전, 르마르를 추격한다.
강한 G를 견디며 깊은 각도의 강하자세에서 살짝 고개를 들자, 그걸 따라 강하각도가 줄어들어 지면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지나가는데 성공, 그 고도 그대로 수평비행으로 들어간다. 뒤를 쫓던 소형 네우로이 여러기가 그대로 지면에 충돌하는 듯한 굉음이 울리지만, 돌아보지 않고 당황하며 탄창을 교환한다.
"마지막 하나!?"
출발 전에 맨 가방에 들어있던 예비탄창을 네개, 처음부터 총에 장착되어있던 것도 포함하여 거의 150발 정도의 총알로는, 갈리아에서 조우한 구식 네우로이라면 몰라도, 중형 네우로이 상대로는 매우 부족한 것이다.
"여기는 르마르, 현재 다카르 북동쪽 40km 지점에서 네우로이와 교전 중. 적은 중형 3기, 소형 10기 이상. 그 중 중형 한기는 소멸. 30발 탄창으로는 부족하다. 원반탄창과 대형병기의 준비를!"
여기까지 교신한 순간, 등에 차가운 감각이 달리는 것을 느끼고 무의식적으로 몸을 옆으로 기울인다.
몸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중형 네우로이의 공격.
주변이 검은 그림자로 뒤덮이자 앗하며 위를 올려보자, 태양을 가리듯 중형 네우로이 한기가 고도를 크게 낮춰 르마르를 위에서 찍어누르려고 하고 있다. 그대로 몸을 돌려 위로 총을 향하고 한번에 방아쇠를 당긴다. 30발 탄창이 순식간에 쏟아지고 전탄이 중형 네우로이에게 빨려들어가지만, 네우로이는 태연하게 날고 있다.
"듣지 않아!? 아까는 떨어트렸는데!"
그 순간, 네우로이의 아래에서 붉은 빛이 발광, 르마르는 억지로 상반신을 옆으로 틀고 기울인 반대편 발을 크게 밖으로 휘둘러 어떻게든 횡선회에 돌입, 그대로 몸을 옆으로 돌린다.
동시에 수많은 공격이 쏟아진다.
선회 도중에 아래쪽의 유닛 주익부가 지면에서 튀어나온 바위에 접촉, 크게 자세가 무너지지 않았다면 저 공격을 전부 맞았을지도 모른다며, 안도하는 르마르.
완전 새 유닛의 좌익이 크게 손상되어 주익등도 날아버렸지만, 그 덕에 어떻게든 회피에 성공했다. 기체의 안정이 저하되어 그대로 지면에 충돌할뻔 하였지만 간신히 자세를 바로잡아 상승에 성공, 자세가 무너졌을 때 머리가 다카르 쪽을 향했고, 그대로 가속하는 르마르.
"탄도 다 떨어졌고, 어서 돌아가야해!"
좌우를 네우로이의 공격이 통과, 불규칙한 지그재르 비행으로 회피하며 있는 힘껏 타카르로 후퇴를 개시한다.
그 뒤를 쫓는 네우로이.
"이대로라면 네우로이를 다카르에 끌고 가게 되는데, 어떻게든 해야해!"
그 순간, 네우로이에게서 맹렬한 공격이 쏟아졌다.
"아앗!"


「전세계에 알린다. 여기는 다카르 갈리아 정부. 긴급구원을 요청한다. 현재 네우로이의 공습을 받고 있다. 반복한다. 긴급구원을 요청한다」
"어떤가?"
"어디서도 회신이 없습니다!"
"연락이 올 때까지 교신을 반복해!"
"네!"
깔끔한 쓰리피스 양복을 차려입은 초로의 남성이 통신수에게 명령한다. 그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하며, 원래는 근육질이었을 몸이나 턱의 풀어짐이 보인다.
가까이 있는 의자에 주저앉는 남성.
그 남성 옆에 서류를 손에 든 남성들이 급하게 뛰어오며 의견을 내뱉는다.
"수상, 방공호나 리슐리외로 이동하시는게?"
"그것보다, 각국의 보도반은 몽카르므에 승선하였으니, 지금이라도 거기로 이동하여 리베리온으로 향하는건 어떠십니까"
수상이라 불린 남자는 그 의견을 각하한다.
"바보같은 소리. 내가 먼저 도망쳐서 어쩌겠다는 거냐. 많은 병사가 싸우고 있는데, 정부수반이 제일 먼저 도망치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되겠나"
"하지만"
여전히 물고 늘어지려는 주변 사람들에 비해, 피로와 절망이 선명한 얼굴에도 눈만은 강한 결의를 띄는 남방정통갈리아 수상.
"우리는 이미 한번 국민을 버리고 갈리아에서 도망쳤다. 이 이상 후퇴는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그걸 듣고 조용해지는 주변 사람들. 그 침묵을 깨는 통신수의 목소리가 울린다.
"리베리온에서 통신!"
"내용은!"
"통신상태가 안좋아 상세한 건 불명. 하지만, 근처에 원군이 있는 듯 합니다!"
"브리타니아에서도 통신! 지브롤터에서 보급 중인 전함부대를 보내겠다고 합니다!"
그걸 듣고 쏟아지는 환호성.
하지만 역으로 표정이 어두워지는 수상.
"수상, 브리타니아 해군이 와준답니다!"
"그래, 그렇구만"
지브롤터에서 다카르까지는 2800km, 30노트로 오더라도 50시간 이상 걸린다.
거기에 브리타니아 전함 부대는 일부를 제외하곤 23노트 정도의 저속이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도착까지 최소 3일은 필요하다. 과연, 그 때까지 이 다카르에 무엇이 남아있을지, 해군장교 출신으로 자국 전력을 숙지하고 있는 남방정통갈리아정부 수상에게 있어 희망을 가지는 일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걸 입 밖으로 내어 실망시킬 필요는 없다.
더욱이 입을 조심하며, 명령을 내린다.
"총원에게 연락. 리베리온과 브리타니아의 원군이 올 때까지 제군들의 노력을 기대한다. 녀석들에게 부끄럽운 모습을 보일 순 없지 않겠나"
"네!"
그걸 듣고 여기저기에 연락을 돌리는 통신수.
"…이거로, 조금이라도 버티면 좋을터만"
작게 내뱉는 수상. 그 목소리는 환호성 속으로 사라진다.


수상의 연락을 듣고 가볍게 혀를 타는 리슐리외 함장, 마르젱 대령.
가까이 있는 전령에게 시선을 보낸다.
"위치는 어떻게 되었지?"
"방금 교전 보고가 있었습니다"
"어서 돌아오라고 전해. 아니면 어서 정리하라고"
"네, 하지만"
"여기 위치는 한명밖에 없어. 전선에서 멋대로 죽게 두어선 안된다!"
"네, 전하겠습니다"
서둘러 전하는 전령.
그걸 보고 모자를 깊게 눌러쓰는 함장.
"행동에 제한은 걸리지만, 우리가 보이는 범위에서라면 얼마든지 원호가 가능하다. 여차하면, 미끼가 딜 녀석도 있겠지. 하지만, 전선에 혼자서 나가면,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단 말이다"
"왜 그 말을 그대로 전하지 않으신 겁니까?"
가벼운 미소를 띈 남성이 조용히 함장의 옆에 선다.
"부함장, 뭐하러 왔지. 대기장소는 사령탑을텐데"
"이제 내려갈 겁니다. 그 전에 얼굴을 볼까해서요"
"남자 얼굴따위 봐도 재미없구만"
"아뇨, 여기서라면 아름다운 위치공의 얼굴을 볼수 있을까해서입니다만"
"아직 안돌아왔군"
"그건 들었습니다"
"그럼 어서 가"
"네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곤 함교에서 나가는 부함장. 그 등을 향해 중얼거리는 함장.
"애초에, 이 배에 무슨 일이 생기면 사령탑에 있는 부함장, 니 쪽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접근 중인 비행물체 확인!"
함내에 대공전투경보가 울려퍼진다.
이미 부함장 이외에는 배치가 완료되어 있지만, 다시 한번 전투개시를 알리는 신호와 함께 함내가 순간 소란스러워졌다가 금새 조용해진다.
견시원 뿐만 아니라, 함장 이하 다수의 승무원이 목표 방향으로 쌍안경을 향한다.
하지만, 개인용 쌍안경으로는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며, 대공견시용 12센치 20배율 대형망원경만이 목표를 잡았다. 거기에, 접근 방향인 북동쪽은 함교의 바로 뒤쪽이기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함장인 마르젱 대령은 견시대에 나가고 싶은 마음을 눌러담으며 확인을 해보았다.
"네우로이인가, 위치인가?"
"아직 불명입니다!"
"주포, 어떤가?"
「위치가 나쁘군요, 함미쪽입니다」
다카르 항구는 반도의 돌출부에 위치해있으며, 항구 좌우로 부두가 있다. 리슐리외가 정박해있는 건 그 중에서도 안 쪽에 있는 독에 가까우며, 함미가 네우로이가 접근해오는 북동쪽을 향해 있다.
그리고 전함 리슐리외는 함수측에 사연장주포탑을 두기 장비하였기에, 후방으로 주포를 쏘는건 매우 어렵다. 그대 대신 함미측의 삼연장부포 세기와 좌우의 연장고각포 여섯기 모두가 지금 위치라면 목포에 발포가 가능하다.
"위치의 통신은?"
"회신 없습니다!"
"다른 함정은 어떻지?"
"호위함정에겐 연락완료. 방공제체에 들어갔습니다"
항구를 언뜻 보니 통신함과 무장함 뿐이다. 순양함과 구축함은 이미 항구 밖으로 나가 다카르 남측의 해역으로 이동해있다. 거기라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리슐리외보다도 먼저 접촉하기에 네우로이를 유인하기에도 용이하다.
다카르 항구의 바로 바깥에 있는 섬과, 항구 주변에 있는 포대도 북동쪽으로 포를 향하고 전투준비를 마쳤다.
"몽카르므로부터 연락, 네우로이입니다!"
비명과도 같은 보고 직후, 포격음이 울려퍼진다.
"대공사격!"
통신관에 소리치는 함장.
"목표는 중형 힌기!"
"한기? 보고에선 두기와 소형이었을텐데"
고개를 갸웃하는 함장.


네우로ㅇ를 향해 모든 포를 쏴올리는 각 함.여기에 날아드는 비명같은 통신.
「여기는 르마르 중사! 전탄소모, 네우로이의 추격을 받는 중」
"위치공이다!"
몽카르므 함교에 환호성이 울려퍼진다.
작열하는 포탄 속에서 가끔씩 파랑게 빛나는 것은 위치의 쉴드인가.
「적 중형 네우로이의 폭발에 휘발려 잠시 통신불느잉었습니다」
"무사하셨습니까!"
「잔탄 없음, 왼쪽 유닛 손상, 단 비행과 방어에는 문제없음!」
그걸 듣고 각 함 사이에서 많은 통신이 오고간다.
몽카르므를 선두로 순양함이 일렬로 늘어서고, 그 뒤를 구축함이 잇는다.
대열이 갖춰지자 다시 르마르에게 통신을 보낸다.
"여기는 몽카르므, 위치공, 네우로이를 다음 좌표로 유인 가능합니까?"
그 뒤, 몇개의 좌표를 알려주었다.
「확인했습니다…30초 후 도착!」
"알겠습니다!"


몽카르므와 르마르의 통신을 조용히 듣고 있는 함장.
통신관에 지시를 내린다.
"포술장, 지금 좌표를 노릴 수 있겠나?"
"여기는 포술장, 현재 목표로 지향 중, 모든 주포 발사 가능!"
전함통신 중이었기에 포술장도 즉시 좌표를 확인한 듯 하고, 주포가 이미 선회를 시작했다. 그걸 보고 크게 미소짓는 함장.
"좋아, 맡기겠네"
"알겠습니다"
25초 후, 함내에 주포 발사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려퍼지고, 모든 승무원이 주포 발사에 대비한다.
"발사!"
직후, 굉음과 함께 여덟문의 38센치 포에서 포탄을 발사하였다.
훈련도 거의 하지 않고, 숙련도도 충분하지 않은 배지만, 움직이지 않는 배에서 고정된 좌표로 쏘는 것이며, 다음이 있을지 모르기에 초탄부터 일제사격을 하였다.
리슐리외의 주포 뿐 아니라, 섬의 포대에 설치되어있는 28cm포나, 순양함의 주포도 동시에 발사하여 포탄이 집중호우처럼 네우로이에게 쇄도한다.
목표좌표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고, 네우뢰을 사선으로 계속 유도하는 르마르.
왼쪽 유닛의 날개 부분은 거의 완전히 박살났으며, 엔진에서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상황이지만 필사적으로 네우로이의 주변을 날며 네우로이를 유인한다.
대부분의 공격은 르마르에게 집중되어 있지만, 가끔 함선으로 공격을 하려고 하면 그 곳으로 급선회하여 배와의 사이에 몸을 밀어넣어 실드를 펼쳐 빔을 막아낸다.
리슐리외의 포탄이 아슬아슬하게 르마르를 지나가고, 한발이 네우로이에게 빨려들어가 작열했다.
네우로이의 표면이 크게 부서지고, 괴조의 비명같은 소리를 지른다.
포격으로 인해 네우로이의 자세가 무너진 순간, 다수의 고각포나 기총탄이 뒤를 잇듯 착탄한다. 재생할 틈도 없이 계속하여 외피 장갑이 벗겨지는 네우로이.
한 척의 대형구축함이 원거리공격에 초조했는지, 네우로이에게 빠르게 접근하여 모든 화력을 집중한다.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계속하여 착탄하지만, 네우로이의 단말마의 섬광이 주변에 무차별적으로 흩뿌려진다.
리슐리외 방면의 공격은 르마르의 실드에 의해 막히지만, 다른 공격인 여기저기에 착탄, 특히 한발은 접근한 대형구축함을 크게 꿰뚫었다.
직후, 거대한 폭염이 함 중앙부에서 솟아올랐다.
"아앗"
놀라는 르마르, 귀에 잡음 섞인 통신이 들어온다.
「여기는 로다슈, 저희 함은 항해불능. 신경쓰지말고 전투를 계속하라」
순간 주저하는 르마르. 그 사이에도 다른 함의 포격이 네우로이에게 집중된다.
타오르는 구축함이 뒤집어진 걸 확인하고, 다시 네우로이에게 향하는 르마르.
그걸 쫓듯 리슐리외에서 두번째 사격이 네우로이를 향한다. 그리고, 한발은 네우로이의 한쪽 날개를 박살내었으며, 다른 한발이 네우로이를 관통, 직후 폭발했다.
더욱 커다란 비명을 지르는 네우로이.
그 직후, 빛이 되어 사라졌다.
"해냈다!"
환호성을 지르는 르마르. 그건 르마르 뿐 아니라, 모든 무선에서, 그리고 함선과 전투를 보고 있던 육지에서도 몇번이고 몇번이고 울러퍼졌다.


석양 속에서 천천히 함대 위를 선회하고 비행장으로 향하는 르마르.
하지만 연기를 내뿜던 왼쪽 유닛이 정지, 자세가 크게 무너졌다. 각 함선에서 비명이 나오던 중에도 한쪽만으로 천천히 강하하는 르마르.
그대로 냉정하게 활주로에 내려앉는다.
“어이 아가씨! 무슨 일이야!”
원반 탄창을 장착한 브렌건을 든 정비사가 활주로의 르마르에게 달려왔다. 착지와 동시에 왼쪽 유닛에서 다리가 배출되고, 오른쪽 유닛만으로 활주하니 정비사들이 르마르를 안아서 받아주었다.
“망가트려버렸어요"
뒤를 돌아보니 활주로가에 부서진 유닛이 굴러다니는게 보인다.
유닛을 향해서 몇대나 되는 소방차가 달려왔다.
“고칠 수 있을까요?”
“물론, 얼마나 부서지더라도 반드시 고쳐주겠어!”
“다행이다"
안심이라는 듯 웃는 르마르.


결국, 그 날 네우로이 공습은 이걸로 끝났다.
전과는 중형 세기, 소형 15기 격추. 이에 비해 갈리아 측의 손실은 대형구축함 로다슈 대파, 신형 유닛 VG.39 손상, P-40 전투기 두기와 파일럿 두명의 미귀환이 되었다.
르마르 중사를 추격하던 중형 네우로이는, 중사의 사격으로 코어가 노출되었을 때 살아있던 P-40이 돌격을 감행, 폭발시켰다고 한다. 충돌 직전 파일럿이 탈출했는지는 중사로부터는 미확인이다. 하지만 중형 네우로이의 폭발에 남아있던 소형 네우로이가 휘말려서 마지막으로 남은 건 중형 한기 뿐. 이것이 중사를 추격하여 다카르까지 온 것이다.


오른쪽 유닛도 벗어 정비사에게 넘기고, 지친 듯 격납고 옆에 주저앉는 르마르 중사.
항구에서 차를 타고 달려와 활주로 옆에서 대기하던 해군 연락사관에게 말을 걸었다.
“이걸로 끝일까요?”
“아니, 연락에 따르면 새로운 적이 다가오고 있다고 한다. 미안하지만, 언제라도 출격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게"
연락사관은 중사에게 코코아를 담은 머그컵과 명령서를 함께 넘겨주었다.
코코아를 한입 마시고, 명령서에 눈을 돌리는 중사.
“대령님이 고맙다고 하시더군"
“대령…아, 리슐리외의 함장이신"
“그래. 마르텡 대령이다. 그리고 수상의 감사장"
관에 담긴 감사장을 넘겨주는 연락사관.
“솔직히, 이런 종이조각보단, 설탕을 듬뿍 넣은 따뜻한 코코아 쪽이 더 좋아요"
그렇게 말하곤 양손으로 머그컵을 들고 코코아를 마시는 중사.
“그러면, 다음 출격 때도 코코아를 준비해두지"
“부탁드릴게요. 해군식 짠맛 나는 거 말고, 단걸로"
“알겠다"
구둣발을 마주치며 자세를 고치고, 손바닥을 보이는 갈리아식 경례를 하는 연락사관.
중사도 당황해서 일어나려했지만, 그 전에 눈을 찡긋해보이며 그대로 괜찮다고 말하는 연락사관.
“귀찮은 일 하지 말아주세요"
“노력한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네네, 그보다 어서 쉬게 해주세요"
“그래, 감시는 우리가 할테니 아슬아슬할 때까지 쉬어주게"
그리 말하고 연락사관은 가져온 차에 올라타고 항구 쪽으로 돌아갔다.
떠나는 차를 배웅하고 긴장의 끈이 풀린 건지, 슬슬 무너지는 르마르.
정비사들이 황급히 달려와 몇명이선가 들어서는 수면실로 옮겨주었다.
옮기는 걸 돕지 않는 정비사들은, 눈을 떴을 때를 위해 식사와 물을 수면실 앞에 준비해두었다.


도중 한밤 중에 르마르 중사가 눈을 떴지만, 엄청난 양의 식사에 놀라면서도 많은 양을 먹곤, 그 뒤 샤워 후 옷을 갈아입고 유닛의 상태를 확인한 뒤 다시 잠들었다.


다행히, 야습은 없었다.


다음 날은 공습경보와 함께 시작했다.
잔뜩 잔 덕인지 해가 뜨기 전부터 깨어있던 르마르 중사는, 공습경보가 울렸을 땐 이미 식사와 환복을 마치고 장비를 갖추고 대기 중이었다. 정비사들이 철야 작업을 해보았지만, 생각보다 VG.39의 손상이 심각해 아직 사용할 수 없었다.
“P-39는 쓸 수 있어?”
“네, 완벽합니다. M4 캐논도 사용하실 건가요"
리베리온에서 P-39와 함께 온, 거대한 위치용 37mm 기관포의 커버를 벗기는 정비사. 거기에 시선을 보내는 르마르 중사.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어제는 화력 부족으로 고생했으니까 부탁할게. 그리고 단기관총이나 권총 있어?”
“단기관총은 없지만, 리베리온 M1911이라면 있습니다"
수염난 정비사가 개인 물건인 권총을 홀스터에서 꺼냈다.
“그거, 빌릴 수 있을까?”
“물론, 바치겠습니다"
초로의 정비사는 총신을 잡고, 무릎을 꿇고 공손히 권총의 그립을 르마르에게 내밀었다. 순간 두근하는 표정을 지은 르마르지만, 권총을 받아들고 무게를 확인한다.
“우앗, 크다"
“리베리온에선 핸드캐논이라고도 불리는 듯 합니다"
“헤에, 어제는 탄이 떨어져서 곤란했으니까 다행인걸"
“홀스터와 예비탄창도 받으시죠"
7발 들이 탄창 네개와 홀스터를 건네는 정비사.
그걸 받아들고, 홀스터는 허리 뒤로 장비하고, 탄창을 주머니에 넣는 르마르.
유닛을 장착하고, 그 옆의 M4 캐논을 집어든다.
“이건 꽤 무거울지도"
“탄창형태는 여기서 개량하였으니 조금은 들기 쉽게 되었을 겁니다"
그 말대로, 총 위에 어느정도 개조된 상자 탄창이 올라가있다.
원래 항공기용은 기체 곡면에 맞춘 반원형 탄찬으로, 옆으로 크게 튀어나와있기에 들어보면 그게 방해된다는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위치가 어떻게든 사용할 수 있는 사이즈이며 37mm라는 고위력은 매력적이었기에, 다양한 현지개수를 거쳐 지상공격이나 대형 사냥에 투입되고 있다.
“탄은?”
“40발. 예광탄, 소이탄, 철갑탄 순입니다"
이것도 개조의 결과. 원본의 30발보다 늘어났다.
“알겠어. 그리고 총과 탄을 있는대로 준비해줘. 어제대로라면, 몇번은 보급을 위해 와야만 할 거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부탁할게, 그럼 출격한다!”
총을 들고 엔진을 크게 회전시키며 활주로에 나서는 르마르.
관제탑이나 함대와의 간단한 이야기 이후, 오늘은 항구 위에서의 방공이라는 엄명이 내려왔다. 그 명령에 순순히 따르며 활주로에서 상승하고, 항구 위를 몇번이고 선회한 뒤 그대로 네우로이가 오는 것과는 반대 방향을 향한다.
리슐리외 위에서 천천히 선회하며 대기한다.
“찾았다!”
감시를 계속하던 르마르의 시야에 북동쪽에서 여러 점이 접근하는 것이 보였다.
“여기는 르마르 중사, 북동쪽에서 네우로이 접근 중, 수는 중형 셋!”
확인을 위해 천천히 선회 반경을 키우고 있으니, 리슐리외에서 다급한 통신이 들어왔다.
「선행은 허가하지 않는다. 반복한다 르마르 중사. 선행은 허가하지 않는다. 상공에서 엄호를 계속하라」
“알겠다, 엄호를 계속하겠다"
고각포라면 몰라도, 르마르가 지금 가지고 있는 37mm포론 지금 거리에서 네우로이를 맞출 수 없다. 그리고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는대로 네우로이의 위에 위치하고 싶었기에, 조금은 접근하고 싶다 생각했지만, 허가가 내려오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
리슐리외 상공에서 선회를 계속하며 조금씩 고도를 높인다. 기본적인 공격방법이라 배운, 급강하에 이은 일격을 위해선 상대보다 높은 고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함대측에서도 목표를 발견하였는지, 푸른 하늘에 폼폼탄과 고각포의 포탄이 작열하는 검은 연기가 퍼진다. 이에 대항해 붉은 빔을 쏘는 네우로이.
“저런 먼 거리에서!”
지금까지의 네우로이 공격은 지근거리에서 뿐이었기에, 고각포의 사정거리와 거의 비슷한 원거리에서 공격은 경악스러웠다.
빔이 노린 경순양함에 지원을 가고 싶지만, 그래선 리슐리외의 상공이 비어버린다.
어제와는 다르게 부포도 고각포도 침묵을 지키는 리슐리외.
아무래도 다른 함을 미끼로 하고 싶은지, 이대로라면 호휘함대가 당해버린다.
조용히 있으며 네우로이가 접근하는 것을 기다린다. 호위 경순양함이나 구축함은 연막을 뿌리며 빠르게 불규칙적인 움직임으로 네우로이의 공격을 회피하고 있다. 그 덕에 양 측 모두 명중탄이 안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끝이 나지 않는다.
“아직인가요"
「명령은 직접엄호일 터이다.」
“이미 저 쪽의 사정거리 안입니다만"
「뭐라고!」
통신 너머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울린다. 그걸 놓치지 않는 르마르.
“지금 가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공격당합니다"
「…공격을 허가한다」
직접엄호가, 단순히 상공을 맴도는게 아니라는 다소 납득할 수 없는 마음을 떨쳐내고, 네우로이를 향해 급강하하는 르마르. 접근 중인 세기의 네우로이 중, 가장 리슐리외와 가까운 기체의 앞부분을 중심으로 노린다.
“아직…아직…조금만 더…지금이다!”
어제와는 다르게 발사 수는 적지만 한발의 무거움이 다른 네우로이의 빔을 회피하며, 네우로이에 거의 다달았을 쯤 방아쇠를 당긴다.
그 순간, 눈 앞에 맹렬한 빛에 휩싸이고, 급강하 중이었을 텐데 순간 뒤로 밀리는 감각이 덮쳐온다.
“뭐, 뭐야 이 반동은!”
37mm M4 캐논은 그 반동과 발사염이 일반적인 기관총과 급이 다른다. 그만큼 탄환의 위력도 압도적으로, 첫번째 예광탄이 그대로 네우로이에게 빨려들어가고 다음 소이탄이 네우로이의 장갑을 날려버린 뒤, 세발째의 철갑탄이 반대쪽까지 관통한다.
“아깝다. 한발로는 처치하지 못한건가"
다른 지역에선 네우로이에게 코어란게 있으며 그걸 격파하면 쓰러트릴 수 있다는 정보가 퍼지고 있었으나, 주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다카르에는 그 정보가 오지 못했다.
그리고 전쟁 초기의 속성교육과 간단한 훈련을 받았을 뿐인 르마르로서는 배운대로 싸울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기체 앞부분이나 뒷부분, 혹은 중심선을 위주로 공격할 수 밖에 없으며 격파까지 필요한 시간과 탄수는 네우로이가 커질 수록 늘어날 뿐이다.
그래도 37mm 의 위력은 굉장하여 크게 속도를 떨어트리고 결국 네우로이가 고도를 낮췄을 때, 함선의 집중포화에 의해 빛이 되어 사라졌다.
“일단 한기!”
격추에 기뻐하며 상승으로 넘어가려는 순간, 두번째 중형 네우로이의 공격이 르마르에게 집중된다. 당황하여 실드를 펼치지만, 익숙하지 않은 기체와 무거운 총 때문에 자세가 무너져 공격을 정면에서 실드로 받아내었다.
이걸 본 함선들이 황급히 대공포화를 네우로이에게 집중한다.
“위치가 한명만 더 있었어도"
자기도 모르게 불평이 나오는 르마르.
위치는 보통 최소 2인 1조로, 이러한 상황에선 한명이 공격, 다른 한명이 엄호와 방어를 담당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무엇이든 부족한 아프리카, 그 중에서도 다른 나라에서 제대로 된 나라취급도 받지 못하는 변방 다카르에선 위치가 한명이라도 있는 것이 신기한 것이다.
실제로, 지브롤터에서 가까운 카사블랑카에는 지금도 위치가 한명도 없다.
리슐리외나 동형함 쟝 바르를 호위하며 갈리아에서 후퇴한 위치들도 몇명 있었으나, 르마르 외에는 모두 처음엔 카사블랑카에서 머물렀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카사블랑카에서 지브롤터를 경유하여 브리타니아나 로마냐, 혹은 같은 아프리카에서도 최전선에 가까운 이코시움으로 이동하여 전장에 몸을 던지러 갔다.
특히, 이코시움에서 자유프랑스 공군이 결성된 뒤엔 각지에 있던 갈리아항공위치는 이코시움을 향하게 되었다.
아프리카 등의 각 갈리아 정부도 현지에서 모병하던가, 외인부대를 설립하던지 하여 인원모집에 열을 올렸으나, 만성적인 위치 부족은 변하지 않았다. 남리베리온대륙에서 의용위치가 아프리카로 오고 있다고 하나, 거의 모두 다카르보단 요전이 좋은 곳으로 갈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다카르에 있는 위치는 르마르 한명인 상황이 지속되어 있다.
남방정통갈리아정부 모두가, 위치가 한명이어선 앞으로 문제가 있을 거라고 알고 있지만, 자학적으로, 이런 변방까지 네우로이가 올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였기에 적극적인 보충을 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현실에선 네우로이의 기습을 받고있다.
다카르에 있는 모든 사람이 위치가 없어지면 이 땅은 끝이란걸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일단은 남방정통갈리아 정부의 상징인 전함 리슐리외를 지키는 일, 그 다음으로 르마르를 지키는 일이 임무라고 다카르의 모든 군인이 마음에 새기고 싸우고 있다.
가끔 그것이 성공하여, 소형함이 네우로이의 신경을 끌어 공격을 유도한다.
르마르에게서 조금이라도 공격을 떨어져 그것이 함선을 향하면, 그 틈을 노려 37mm 포가 울려퍼지고, 네우로이에게서 무엇인가 떨어져나간다.
좋은 곳에 명중하면, 날개부를 박살내고, 그곳을 향해 함선의 공격을 집중하여 네우로이의 자세를 크게 무너트릴 수도 있다. 한번은 오른쪽 날개 절반이 박살난 네우로이가 줄이 끊어진 연처럼 낙하하였지만, 수면 아슬아슬한 위에서 재생하여 사람이 타고 있는 병기라면 있을 수 없는 기동으로 급상승, 전투로 복귀하였다.
그걸 보고 혀를 차는 르마르.
공을 세우고 싶었는지, 상승하는 네우로이를 향해 가속하고 정면에서 37mm 포를 때려넣으려는 순간, 충격이 가해졌다.
“!”
어느샌가 뒤쪽에 또 한기의 네우로이가 파고들어 거기서 빔을 주변에 흩뿌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실드에 막혀 큰 부상은 없었지만 상승하는 네우로이를 향한 공격은 한박자 늦고말았다.
그리고 전방에서 맹령한 빔이 날아오고, 당황하며 총을 든 손을 들어올려 가드자세를 취한다.
“큭, 무거워!”
실드에 명중한 빔의 위력에 밀려나는 르마르.
그 틈에 뒤에 있던 네우로이도 르마르를 향해 공격을 집중한다.
이래서는 전혀 몸을 움직일 수 없다.
그저 견디며, 빔이 줄어든 틈을 노려 금강하로 회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물론 위치 중에선 약간 기울인 실드로 빔을 흘리며 그 압력으로 몸을 기울여 회피, 역습에 나서는 베테랑도 존재한다. 애초에 그런 베테랑은 이런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항시 주변을 신경쓰며 적의 위치를 파악하고 유리한 위치를 잡기 위해 움직이지만.
실드를 강화하여 견디면서, 주변을 둘러보며 르마르를 필사적으로 빔이 적은 쪽을 찾고 있다. 이와 동시에 천천히 강하하여, 함대의 대공포 화선으로 적을 유인한다.
각 함선도 그 움직임을 알아채고 공격을 집중할 타이밍을 계산한다.
그 사이에 각 함선의 관측 데이터가 계속 보내지며, 함교에서 상황이 보이지 않는 리슐리외 대신 몽카르므가 최적의 유도위치를 지시한다.
「위치공, 강하속도 그대로 10초 후, 9, 8, 7, 6, 5, 4, 3, 2, 1, 지금!」
“이탈!
초읽기가 끝남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돌맹이처럼 수직으로 낙하하는 르마르. 그렇다, 강하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수직으로 아래로 내림과 동시에 유닛의 출력을 한번에 올려 뛰어드는 기세로 떨어진다.
네우로이의 빔이 실드의 위를 밀어주는 덕에 낙하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동시에 전 함선의 포를 일제히 발사하여 두 기의 네우로이에게 집중된다.
르마르도 출력을 더욱 올려 머리를 조금씩 앞으로 기울인다. 이걸 따라 상반신도 조금씩 앞으로 기울여 다리의 미묘한 움직임으로 부드러운 커브를 그리며 배면비행으로 넘어나다.
배면비행인 덕에 자연스럽게 위의 상태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아까 추락하곤 상승한 네우로이가, 또 다시 함포에 의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해냈다!”
「명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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