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5일 일요일

[소녀전선] M16A1 HK416

(18세 이용가 주의)

선배는 나만을 바라봐주었다.

 선배는 내가 처음 배속받은 소대에서 만났다. 내가 사용하는 무기는 선배의 무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같은 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보급이 용이하단 점, 그리고 선배는 이미 많은 전장을 헤쳐나온 베테랑으로 같은 계열의 무기를 사용하는 점에서 좋은 멘토가 되어줄 거라는 이유로 그 소대로 들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전투를 위해 동원된 인형에게 하기엔 좀 적절치 않을지는 몰라도, 큰 키에 뛰어난 외모를 자랑하는 인형이다. 털털한 성격으로 대원들의 믿음을 샀다. 작전이 없는 날이면 맥주 캔을 마치 전장에서의 총기처럼 손에서 떼어놓는 일이 없었다. 선배는 나를 매우 아껴주었다. 자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자기의 전투데이터와 총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니 여동생이나 혹은 자식에 가까울지 모른다며 크게 웃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선배는 많은 것을 챙겨주었다. 총 네 명의 소대원이 두명으로 갈라져서 활동해야 할 때는 언제나 선배와 함께였다. 단 한 발짜국 앞에 서서 나를 이끌어주던 그 듬직한 뒷모습에 몇번이고 눈길을 뺏겼다. 적을 향해 사격할 때는 누구보다 냉정하다. 하지만 다시 우리를, 아니 나를 바라봐줄 땐 내가 본 누구보다 상냥했다.
 "넌 머릿결이 참 이쁜 걸"
 눈이 오던 어느 날, 임무 대기를 위해 급히 만든 눈집 안에서 선배는 그렇게 말했다.
 "네? 아, 네...가, 감사합니다..."
 전투에선 오히려 방해가 되는 머리카락이다. 물론 우리는 인형이라 머리카락이 눈을 가린다던가 하는 위험은 없다. 그래도 가끔 옷에 끼어 아플 때도 있고, 이쁘장하다며 전술인형인 나의 가치를 왜곡한다며 투덜댔다. 이런 얘기를 해본 것도 선배가 처음인가. 마지막이기도 하다.
 "아냐 그래도 난 너의 머리가 좋은걸. 아름다워"
 그 나지막하게, 가볍게 웃으며 던진 말에 난 그녀에게 푹 빠져버렸다.

 그녀와의 관계는 점점 깊어졌다. 다행히, 정말 다행히도 그녀를 향한 나의 마음과 비슷한 걸 그녀도 나에게 가지고 있었다. 처음으로 그녀의 방에 갔을 때의 일은 아직도 기억난다. 너무도 긴장하여 뻣뻣하게 굳어있자 그녀가 건네줘서 처음으로 마셔본 캔맥주. 느닷없을 정도의 쓴 맛에 얼굴을 찡그리며 울상을 짓자 신나게 웃던 그녀. 삐져서 화를 내자 가볍게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이마를 맛대며 웃어주던 그 모습을 아직 잊을 수 없다.
 "으으으...선배...이건 너무하잖아요!"
 "하하하! 그래도 귀여웠는 걸! 어때, 이번엔 같이 한 잔 할까?"
 그 술은 다신 마시고 싶지 않다. 맛이 없으니까.

 그리고 우리는, 휴가를 맞췄다. 인형이라고는 해도 우리의 마인드 맵은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하고 과부하로 인한 처리 성능 저하도 있다. 그래서 가끔씩 휴가를 나가게 되는데, 평소에 난 언제나 휴가를 혼자서 보냈다. 하지만 이번엔 같이 나가는 사람이 있다. 각자 준비를 마치고 도시로 나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이렇게 행복하단 사실을, 진동하는 화약냄새와 기름, 윤활유 냄새가 없을 때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 이 날 알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날 밤, 우리는 한 침대에 누웠다.
 "읏...으읏..."
 그리폰에선 아무래도 눈치보인다며, 선배가 적극적으로 피하던 키스. 그녀와의 첫 키스의 달콤함에 뇌가(없지만) 녹아버린다는 표현이 떠올랐다. 서로를 탐닉한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여름날 녹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황급히 먹어치우듯 우리는 서로의 입술과 혀를 탐했다.
 "서...선배..."
 그녀의 입술이 뺨과 목, 쇄골을 타고 흐르고, 그녀의 왼손은 나의 오른손을 꼭 잡아주었다. 남은 오른손으로는 천천히 나의 옷을 벗기며 피부를 쓰다듬는다.
 "선배...선배..."
 내 남은 손은 갈 곳을 잃고 방황하다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조금이라도 그녀의 열기를 느끼는게 한계였다. 쇄골을 넘어 가슴을 애무하던 그녀가 내 위에서 일어나 옷을 벗다가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는 듯 부끄러워한다.
 "왜 그러세요?"
 "아, 아니 그게 너가 너무 이쁘기도 하고...그리고 그...좀 부끄러운게...생각나서"
 "?"
 "그게 오늘 이런 일이 있을 거란건 알았는데...그래서 그 좀 부탁을 했거든..."
 "부탁이요?"
 "역시 이런 행위는 한명은 그...너..넣고...그런 거잖아?"
 아이고, 이 사람이 이렇게 귀여운 사람일 줄이야.
 말을 들어보니 이번에 휴가를 나오기 전에 공창에 아는 사람을 통해서 몰래 부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성기를 달긴 달았는데 정작 내 앞에서 그걸 드러내려고 하니 너무 부끄럽다는 듯 하다.
 "...선배"
 몸을 뒤집어 선배를 아래에 두고 그 위에 내가 올라탄 모습을 만들었다.
 "엇! 416!"
 "저도 부끄러우니까...조용히 해봐요"
 입을 막듯이 그녀의 입을 입술로 막았다. 한꺼풀 벗겨진 부끄러움 덕인지 더욱 진한 딥키스를 나누고 천천히 그녀의 아래로 향했다. 아름답고 날카로운 턱 라인을, 매혹적인 쇄골을, 탐스럽고 부드러운 유방을 타고 내려오며 그녀를 애무했다. 손으로 그녀의 하의를 벗겼다. 꼿꼿이 나를 향한 욕정을 드러내고 있는 물건이 고개를 내밀었다.
 "416, 괜찮겠어?"
 "물론이죠"
 물론 거짓말이다. 전장에서도 느껴본 적 없는 긴장감이다. 아무래도 이런 행동도 이런 물건도 처음보기 때문이 아닐까. 가볍게 손으로 몇번 쓰다듬었다. 손이 그 튼튼한 물건의 힘줄을 타고 오를 때마다 그녀가 거친 숨소리를 낸다. 약간 귀엽다. 몇번 더 쓰다듬고는 그 끝부분에 허리를 올렸다. 이런 행위에 대해 간단한 데이터는 마인드맵에 입력되어있다. 그래도 역시 부끄럽긴 부끄럽다. 천천히 허리를 내린다. 내 밀부가 조금씩 벌어지는 그 감각이 낯설다. 천천히, 뜨거운 욕탕에 발을 담그듯 몸을 적응시킨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물건이 삽입되고, 그녀의 허벅지와 나의 허벅지가 다시 닿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내 안에 가득히 들어온 그녀의 물건의 느낌, 아픔, 그리고 쾌락. 몸을 내린 채 이 모든 것들을 음미하며 가만히 몸을 떨며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내 모습을 그녀가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416, 괜찮은거야?"
 "선배...선배..."
 그대로 허리를 숙여 다시 그녀의 입술을 뺏었다.
 "선배밖에 없어요. 지금은...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어요"
 그 때 내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아마 굉장했겠지. 그 뒤로 그녀가 정말 미친듯이 나를 탐했으니까. 이 뒤의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저 서로 쾌락에 취해 상대의 육체와 마음을 탐했다. 허리를 움직이고 피부를 쓰다듬고 입술을 탐하고, 그런 기억밖에 없다. 행복하다면 행복한 기억이다.

 하지만 이젠 그저 괴로운 기억일 뿐이다.

 우리의 행복한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날 갑자기 상부에서 명령이 내려왔다. 우리 소대를 해체하고 각자 다른 소대로 전속하겠다는 지침이다. 그녀도 나도 특수한 소대로 전속을 명령받았다. 아무리 봐도, 우리가 다시 만나기에는 너무나도 힘든 배속이었다. 처음 명령을 받고, 난 눈물을 흘리며 그녀의 방으로 갔다. 나와 같은 슬픔을 느끼며 공감해줄, 나를 누구보다 잘 알고 그리워할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냉담했다.
 "시간이 많이 않아. 지금 이럴 시간에 방으로 가서 이동할 준비나 하렴"
 너무나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표정. 슬픔의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나를 방에서 내쫓듯 내보내고 방문을 닫아버렸다. 그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 수 있었을까. 그저 멍하니 문 앞에 서서 영문을 이해하지 못한 채 눈물만 흘렸다. 거기다 선배는, 나를 버렸다. 먼저 이동하게 된 선배는 소대원에게 정말 형식적인 인사만 남긴채 떠나버렸다. 나도 같이 배웅했는데, 선배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나에게 그 어떤 말도 해주지 않고 등을 돌려 떠나갔다. 왜? 왜 나한테 아무 말도 안해주는 거에요? 나를 사랑해주었던거 아닌가요? 나는 선배를 그렇게 사랑했는데? 왜? 왜 나를 이렇게 두고 가는 거죠. 나를 버린거죠? 한 때 너무도 사랑했던 사람에게서 버림받은 충격은 너무 컸다. 그리고, 그 충격은 천천히, 선배를 향한 분노가 되었다. 나를 버린 사람에게,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고 떠나간 사람에게 갚아주겠다고.


 "4...416...일어나, 저, 저기"
 "...11? 왜 그래"
 "이제 곧 작전 시작이기도 하고, 416이 뭔가 엄청 슬픈 꿈을"
 "뭐?"
 "히이익...아니야 미안해 별 거 아니야..."
 "...별 거 아니야. 출발할 준비 하자. 너무 그렇게 쫄지 말고"
 옛날 일이 꿈에 나왔다. 하필 이럴 때. 잡다한 감정은 임무에 지장을 준다. 45가 언제나 하는 이야기지만.
 "...그 새끼를 구하러 가보실까"
 총의 잠금장치를 풀고, 적진을 향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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