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7일 목요일

짧음] 엘마와 뷰링

엘마의 하루는 고되다. 오늘도 문제아 중대...지금은 어느새 통합전투단으로 격이 올라갔지만 소속원들은 애정을 담아 문제아 중대라 부른다, 그 부대원들로 인해 오늘도 고생하고 있다. 예전보다는 좀 덜해졌지만 여전히 기체를 깨먹는 오헤어씨, 호시탐탐 토모코씨를 노리는 몬스터 한 마리. 그리고 엘마같이 유약한 사람들이 가장 곤란해하는, 자기 주장이 강한 토모코씨 등에게 치여서 하루하루가 고되다. 그렇다고 즐겁지 않은건 아니다. 지금의 부대와 부대원들, 그 모두가 너무나도 좋다. 이런 생각만 하면 어느새 또 입에 미소가 걸리는 것이다. 엘마는 대합실에서 담소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전우들을 뒤로 하고 잠시 가지러 갈 것이 있어서 방으로 향했다.
"저번에 샀던 보드카, 참 맛있었지 말이에요..."
생각에 깊게 빠져있다가 할 일이 생각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모르는 방이었다. 여자의 방이라기엔 조금 삭막한 방이었다. 책상 위에 익숙한 담배와 창가의 재털이로 뷰링의 방이란건 금방 알 수 있었다. 옷걸이에는 언제나 뷰링이 입고 다니던 코트가 있었다. 저 코트를 입고 바이크로 외출 하는 모습은...정말로 멋있다고 생각했다.
"자...잠깐이면 괜찮겠죠?"
평소 동경하던 사람의 코트, 엘마는 조금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코트를 입어보았다.
"헤에...크다..."
아무래도 둘의 체격차가 있다보니 코트는 엘마가 입기에는 조금 컸다. 소매도 길게 늘어져 마치 옷 속에 파묻힌 듯 했다.
"이렇게 있으니 뭔가 뷰링씨한테...안겨있는 듯한..."
코트의 따뜻함에 자기도 모르게 묘한 상상을 한다.
"이게...뷰링씨의 냄새..."
엘마가 목 부분에 코를 묻고 뷰링에 대한 마음을 불태우는 중, 문이 열렸다.
"....엘마?"
"....히이익?!""아, 아니....아니 뷰링씨! 이게!! 이게 그..."
"아니야 괜찮아"
당황하는 엘마를 두고 뷰링은 침착한 얼굴로 엘마에게 다가왔다.
"뷰...뷰링씨..."
"잠시만, 가만히 있어"
뷰링의 얼굴이 천천히 엘마에게 가까워져 왔다. 뷰링은 굉장히 잘생긴 사람이다. 평소에도 여성들에게까지 팬레터가 오는 모양이다. 그런 사람이 눈 앞에까지 다가오는데 제 정신으로 있을 소녀는 없을 것이다. 엘마는 자꾸 커져가는 두근거림에 진정하지 못했다.
"뷰링...씨..."
살짝 눈을 감고, 엘마가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 뷰링의 손이 뺨에 닿은게 느껴지자 심장이 멈추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꿋꿋히 버텼다.
"엘마"
"....네에..."

"나 이 코트 써야하는데, 잠시만 빌리지"
뺨에 닿아있던 손은 아래로 내려오더니 능숙하게 코트를 벗겼다. 그리고 아까와 같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 코트를 입었다.
"...? 엘마, 왜 그러지?"
"........."
아까까지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부끄러움이 한 박자 늦게 몰려들어오더니 엘마의 머릿 속에서 엘마를 놀리면서 잔치를 벌이고 있다.
"음? 엘마 얼굴이 빨간데, 감기라도 걸린건가?"
"....뷰링씨이이...."
"음?"
"바보에요오오오오오!!!!"

쿵!

갑자기 난 큰 소리에 황급히 모인 부대원들이 본 것은 얼굴을 가린채 뛰어나가는 엘마와, 수플렉스라도 맞은 듯한 기묘한 자세로 엎어져있는 뷰링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해도 엘마는 얼굴이 빨개지며 도망가고, 뷰링은 그 때의 기억이 없다고만 한다더라.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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